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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Sep 16. 2020

유럽의 마지막 3대 야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계방향으로 동유럽 훑기 네 번째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럽의 마지막 3대 야경 도시, 부다페스트






늦은 밤 황금빛으로 빛나는 부다페스트 중앙역


슬로바키아에서 열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에 늦은 밤에 도착했는데 유럽의 3대 야경 도시에 걸맞게 휘영 찬란한 빛들이 도시 전체에 빛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야경 빛들이 전부 황금색 빛이라는 거.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나무에 걸린 하얀 전등들과 건물의 황금빛 불빛이 분위기 있게 어우러졌다. 여기에 하늘에서 눈이 내려준다면 더 예뻤을 텐데. 밤 온도로 보았을 때 아쉽게도 헝가리는 눈이 많이 오는 국가가 아닌 거 같다. 늦은 밤 빛나는 중앙역을 뒤로하고 어서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도나우 강 너머로 보이는 어부의 요새


밤 11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지만 중앙역에서 봤던 빛들이 뇌리에 박혀 다시 호텔 밖으로 나왔다. 헝가리에선 며칠 더 묵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예쁜 건 더 많이 봐야 하니깐. 트램도 버스도 운행하지 않을 시간이기에 텅 빈 골목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도나우 강까지 왔다. 늦은 밤이었지만 걸어오는 길이 무섭지는 않았다. 유럽이라도 웬만하면 밤늦게는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험악한 일을 당해본적이 없기에 순전히 내 경험을 믿고 어두운 골목 사이사이를 산책하듯이 걸었다. 도나우강 건너편에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이 있는데 저게 바로 어부의 요새다. 프라하보다 번잡하지 않으면서 조용한 빛이 웅장하게 빛나고 있었다. 강둑 벤치에 앉아 성을 조용히 바라봤다. 한참 동안 넋을 놓게 되는 저 웅장한 불빛듯.. 정말이지 밤늦게 안 나와봤으면 평생 후회할뻔했다.   


헝가리의 랜드마크, 국회의사당


부다페스트는 도나우강을 기준으로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이 합쳐진 도시이다. 국회의사당과 중앙역, 상업지구가 모여있는 곳이 오래전 서민들이 거주했던 페스트 지역, 그리고 도나우 강 너머 어부의 요새와 성당들 성이 있는 곳이 예전 귀족들이 거주했던 부다 지역이다. 여기도 프라하처럼 강을 기준으로 거주지역을 나눴나 보다. 강변에서 국회의사당으로 올라왔다. 헝가리의 대표 랜드마크... 앞에서 직접 보니 훨씬 크고 웅장했다. 황금빛을 따라 도시를 누비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넘어섰다. 어서 호텔로 돌아가 내일 낮의 부다페스트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페스트 지역


부다페스트 최대 번화가, 바치 거리


다음날 아침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부다페스트의 최대 번화가인 바치 거리로 향했다.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다르게 거리에는 하얗고 깨끗한 건물들이 서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다페스트는 오래된 도시라 건물들이 낡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외로 깔끔하고 거리 또한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유럽에 살면서 가장 깨끗하다고 느꼈던 룩셈부르크보다 더 깔끔했다. 웅장한 건물 사이에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하게 서있었다. 기념품 가격 또한 일반 유럽과는 다르게 굉장히 쌌다. 헝가리는 유로 대신 포린트라는 자체 통화를 사용하는데 여기서 값싼 기념품들이 눈에 들어와 환전을 더 많이 하게 됐다.

부다페스트의 대관람차


쇼핑을 즐기며 바치 거리 끝으로 나왔더니 맑은 하늘과 함께 커다란 대관람차가 서있었다. 어젯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건데 낮에 오니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도나우강 근처에 있었다면 런던의 런던아이처럼 유명한 랜드마크가 됐을 텐데 위치가 조금 아쉽다. 관람차를 타고 부다페스트 전역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싶었는데 밑에서 바라보니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본디 관람차란 천천히 즐기는 건데... 태생부터 고소공포증에 겁이 많은 나인지라 이번 관람차만큼은 포기하고 어서 강 건너편 부다 지역으로 넘어갔다.


부다 지역



강을 건너니 아까완 다르게 먹구름들이 빠르게 몰려왔다. 역시 유럽은 유럽인가 보다.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하다. 강 건너편에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도나우 강이 작은 편은 아닌데 국회의사당의 웅장한 크기가 강의 크기마저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국회의사당이 엄청 커서 그렇지 절대로 도나우 강이 파리의 센 강처럼 작은 게 아니다. 여기서 유람선도 다닌다는 걸 생각하면 강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유람선이라 하니 갑자기 재작년 부다페스트에서 있었던 침몰 사고가 생각이 났다. 그때 한국인 희생자도 있었는데... 도나우강이 물살이 센 편이라 침몰했을 당시 구조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강변 어딘가에 희생자 추모 장소가 아직 있을 텐데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이 위치가 바로 헝가리 야경의 2개 포토스폿 중 한 곳이다. 다른 한 곳은 어디냐면 바로 어부의 요새다. 저녁에 해가 졌을 때 여기서 사진을 찍기로 하고 좀 더 걸어서 어부의 요새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어부의 요새


국회의사당 포토스폿에서 어부의 요새로 가는 길은 이정표를 따라 큰길로 쭉 가면 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이 힘들다. 그래서 나는 구글맵을 보며 주택가들 사이의 골목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골목길로 올라가면 아까 포토스폿에서 10 분도채 걸리지 않는다. 또한 골목길 사이사이에 올라가는 계단이 조금씩 배치돼있어 가파르게 경사진 아스팔트 도로보다 좀 더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어부의 요새는 헝가리인들의 애국정신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19세기 시민들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도나우 강 건너편에서 몰려드는 적군을 어부들이 막아 이 요새를 지켰다는 것에서 유래돼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됐다. 요새의 크기와 모습은 프라하 성에 비교하면 작지만 건물 양식에서 오는 웅장함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페스트 지역


어부의 요새에서 국회의사당을 바라본 모습이다. 부다페스트의 대표적인 포토스폿이 될 만하다. 국회의사당뿐만 아니라 부다페스트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국회의사당 오른편에 위치한 건물들이 아까 쇼핑을 했던 바치 거리다. 보통 야경만 보려고 낮에는 어부의 요새를 잘 안 온다고 하는데 낮에 와보니 밤에 봤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실은 돈을 내면 어부의 요새 맨 꼭대기에서 전망을 바라볼 수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오히려 너무 높으면 국회의사당이 작아 보이지 않을까?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여기가 사진을 찍기엔 딱 알맞은 거 같다. 요새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즐기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이제 잠깐 쉬었다가 밤에 야경을 보러 다시 올 예정이다.


유럽의 3대 야경을 다 보다



어부의 요새에서 본 야경

우선 두 개의 포토스폿 중 어부의 요새에 먼저 올라왔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야경은 기대했던 것보다 약간 실망스러웠다. 황금빛이 국회의사당 사이로 빛나는데 내 핸드폰 카메라로 담기에는 너무 작게 보였다. 차라리 바치 거리의 건물들도 황금빛으로 빛나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다. 게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어부의 요새 기둥 사이사이마다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있어서 혼자 여행 온 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무래도 어부의 요새보다 도나우 강변이 더 잘 찍힐 꺼 같아 서둘러 요새 언덕을 내려갔다.


도나우 강변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야경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도나우 강변에서 국회의사당을 훨씬 크게 찍을 수 있었고 렌즈 안에 국회의사당 특유의 웅장함을 표현할 수 있었다. 너무 멀리서 찍어버리면 저 빛나는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 어디서 찍은 건지 모를 정도인데 딱 도나우강의 이 정도 거리가 야경을 찍기엔 적당했다. 부다페스트 야경을 마지막으로 유럽의 3대 야경을 모두 구경했다. 유럽의 3대 야경 중 부다페스트 야경을 표현하자면 "웅장함"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 거 같다. 프라하에서 야경을 찍었을 때는 너무 멀리서 찍은 거라 웅장한 느낌이 나진 않았고 파리는 에펠탑 하나만 달랑 놓아진 거라 웅장함이라기 보단 예쁘고 모던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실은 셋 중 하나를 뽑자면 뽑기는 힘들지만... 아마 여기서 봤던 모든 순간순간이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거 같다.



크리스마스엔 부다페스트에서 체리 맥주 한잔 어때요?



부다페스트의 야경에 사로잡혀 결국 크리스마스를 여기서 보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바치 거리 중앙에 거대한 트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비록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엔 충분했다. 마켓 안에서는 커다란 바비큐와 함께 따뜻한 와인인 글뤼바인, 맥주를 함께 팔았는데 나도 한편에 자리를 잡아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헝가리 체리 맥주

체코에서 느꼈던 맥주=체코라는 공식을 깨지 않기 위해 유럽에 잘 팔지 않는 체리 맥주를 주문했다. 고소한 곡물향과 함께 달콤한 체리향과 탄산이 올라왔다. 알코올 도수는 약 4도로 일반 맥주보다 1도 정도 낮지만 그렇다고 술맛이 아예 안 나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예쁜 빨간색의 체리 맥주. 혹시 시간이 된다면 부다페스트에서 마셔보는 건 어떤가? 바싹 구워져 나온 바비큐와 앞에 보이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빨간 체리맥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것이 나처럼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헝가리의 호두까기 인형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뒤로하고 이제 다음 동유럽여행의 목적지인 크로아티아로 넘어가 보기로 한다. 실은 동유럽이 아니라 이제부터 남유럽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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