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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Oct 03. 2023

정상의 함정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고 

‘정상 가족’이 결혼한 남녀가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룬 형태라 정의한다면, 우리 가족은 지극히 ‘정상 가족’이라 말할 수 있다. 남녀가 결혼하여 2명의 자녀를 둔 4인 가족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풍족하지 않으나 부족함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 행운아라고, 무작위로 부여된 부모 덕이 과분하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보호종료아동 (만 18세 이후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아동)과 입양에 대해 관심이 있다. 훗날 결혼하게 되면 입양을 통해 유년시절에 받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관심과 꿈이 발생한 경로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9살,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친한 친구가 있었다. 같은 반이자 등, 하교길이 비슷해 함께 다니던 친구였다. 자연스레 서로의 집을 오가며 나는 친구의 집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항상 친구의 엄마는 부재하며, 할머니만 계셨다. 그리고 친구의 집에는 흔한 가족사진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당시 미성숙했던 나는 무턱대고 친구에게 “엄마 어디계셔? 왜 할머니랑 같이 살아?” 등의 질문을 던졌다. 친구는 머뭇거리며 부모님의 이혼소식과 아버지, 할머니 셋이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9살 인생사에 처음보는 가족의 형태가 낯설어 엄마에게 달려가 이야기 했던 일이 기억난다. 엄마는 그 친구를 참 안쓰러워 했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 또한 그 친구를 안쓰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책 <이상한 정상가족>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라서 감사했는가, 부모의 따스한 보호 아래 성장하게 된 것에 감사했는가. 무의식적으로 나 또한 정상과 비정상 가족의 형태를 나누고 나는 정상의 범주 안에 있다고 안심하고 있지 않았나 의문이 들었다. 또한 보호종료아동과 입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일종의 위선이지 않았나 싶다. 정상가족의 형태에서도 비정상적인 폭력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또한 알고보면 비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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