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점점 많아지는 나이다. 충고랍시고, 조언이랍시고, 친하다는 이유로 아무에게나 이런저런 말들을 보탠다. 생각해준답시고, 모른 척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행동과 말을 자꾸 내 식대로 고치려 한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조언이나 충고라는 것은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정말 친한 친구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그 진심을 이해하고 그래도 조금은 받아들이겠지만, 보통은 '우리가 이 정도로 친했었나?'싶은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심지어 오늘 처음 만난,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경우도 있다. 인터넷의 댓글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그녀)에게 조언을 요청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난데없는 친절(?)로 인해 기분이 엉망이 되었을 때, 예전에 보았던 일본 드라마 <닥터 린타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직장 내 왕따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했던 우울증 환자에게, 닥터 린타로가 말했다.
"당신을 상처입힌 직장동료들은 그저 샘이 나서 참을 수 없었던 것 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언이 이런 말을 했죠. '질투는 언제나 정의의 옷을 입고 온다'고."
생각해보니 그렇다. 싫어할 걸 알면서도 악역을 담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내가 그(그녀)를 진정으로 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야지 정의롭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일 수도 있다.그런데 '닥터린타로'의 저 대사를 듣고 난 뒤론, 굳이 무언가 첨언하고 싶을 때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친구에게, 후배에게, 나름대로는 위한답시고 한마디씩 덧붙이곤 했던 내 행동은 정말 정당했을까.
혹시 내 마음 한구석에도 순간 '내가 너보다는 많이 알지'라던가, '그건 그렇게 하는게 아니지'와 같은 질투가 일었던 것은 아닐지.질투가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를 떠민 것은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