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첫 번째 힘

by 줄리엣 호텔

병원, 다음 날 아침

진우는 병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떴다.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상했다. 광화문 폭동 한가운데서 쓰러졌는데, 몸 어디 하나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일어났구나."

김미선 선생님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밤새 간호해준 것 같았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었다.

"선생님... 밤새 여기 계셨어요?"

"당연하지. 네가 얼마나 걱정됐는데."

미선 선생님은 물 한 컵을 건넸다. 진우는 고맙게 받아 마셨다.

"다른 분들은 괜찮으세요?"

"응. 다행히 우리 팀은 다들 무사해. 근데 진우야..."

미선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광화문에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대. 빛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사람들도 있고... 너도 뭔가 이상한 거 못 봤니?"

진우는 잠시 망설였다.

말해야 할까? 빛줄기, 호랑이의 환영, 가슴으로 파고든 기운...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자신도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잘... 기억이 안 나요. 혼란스러웠어서."

거짓말이었다. 진우는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미선 선생님은 진우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리도 아니지. 푹 쉬어. 의사 선생님이 오후에 진찰하고 이상 없으면 퇴원시켜준대."

"네, 감사합니다."

미선 선생님이 나가자, 진우는 다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보통 손이었다.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 안에 거대한 무언가가 잠들어 있는 것 같은.

진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호랑이의 기운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오후 2시.

진우는 퇴원 수속을 밟기 위해 병원 복도를 걷고 있었다.

병원은 평소보다 훨씬 붐볐다. 광화문 폭동 부상자들로 응급실이 넘쳐났고, 복도에까지 임시 침대가 놓여 있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한 여자가 의사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중년 여성이었다. 얼굴은 눈물과 먼지로 범벅이었다.

"부인, 진정하세요. 저희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제 아들이 깨어나지 않아요... 제발..."

의사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진우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모든 게... 균열 때문이야.'

태시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으라.' 하지만 어떻게? 자신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일 뿐인데.

진우가 원무과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비켜! 비키라고!"

고함 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뒤를 돌아봤다.

한 남자가 칼을 들고 간호사를 위협하고 있었다. 3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약을 내놔! 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선생님, 진정하세요. 그런 약은 처방전 없이는..."

"닥쳐! 내가 지금 얼마나 아픈지 알아?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당장 약 안 주면 이 여자 찌른다!"

간호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주변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경비는 어디 있지?

진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다른 층에서 또 다른 사고를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간호사가 벽에 등을 붙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남자가 칼을 들어 올렸다.

진우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관장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지 마라.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진우의 몸이 움직였다.

"위험해요!"

진우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남자가 돌아봤다. 칼이 진우를 향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진우는 이미 태권도 수련으로 몸에 익힌 회피 동작을 취했다.

몸을 틀었다.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진우의 손이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쳤다.

진우는 그것을 느꼈다. 호랑이의 기운. 잠들어 있던 힘이 깨어나는 것을. 그것은 팔을 타고 흘러 손으로 모였다.

그리고 폭발했다.

"으악!"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밀린 것처럼. 그는 3미터나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칼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냈다.

진우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서 희미한 흰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뭐... 뭐야?"

진우 자신도 놀랐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남자는 벽에 기댄 채 기절해 있었다. 간호사는 놀란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고, 고마워요... 어떻게 그렇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진우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도 손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경비들이 뒤늦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저 남자가 칼을 들고... 이 분이 막아주셨어요."

간호사가 진우를 가리켰다. 경비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진우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게... 진짜 내 힘이야?'

진우는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방금 한 일이 두려웠다.

병원 옥상.

진우는 난간에 기대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빠르게 흘러갔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7월인데도 공기가 이상하게 차가웠다.

'균열의 영향인가...'

진우는 손을 펼쳐 바라보았다.

평범한 손이었다. 하지만 아까 그 느낌은 확실했다. 뭔가 엄청난 힘이 그 안에서 터져 나왔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진우는 눈을 감았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태권도 수련할 때처럼.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리고 집중했다.

가슴 속을 느꼈다. 심장 박동. 혈액 흐름. 그리고... 그 아래 있는 무언가.

따뜻한 기운.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잠들어 있다가, 필요할 때 깨어나는. 진우는 그것을 부드럽게 건드렸다.

기운이 반응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가슴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팔로, 팔에서 손으로.

진우는 눈을 떴다.

손에서 희미한 흰빛이 빛나고 있었다. 아까처럼 폭발적이지 않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빛.

"와..."

진우는 감탄했다. 동시에 두려움도 느꼈다.

이 힘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아까 그 남자처럼. 자신이 힘 조절을 못 했다면, 남자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조심해야 해. 이 힘을 함부로 쓰면 안 돼.'

진우는 손을 쥐었다.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분명 자신만 이 힘을 받은 건 아니었다. 열두 개의 빛줄기가 있었다. 그럼 열두 명이 각각 다른 동물의 기운을 받은 것이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 가장 걱정되는 사람.

'현석이는... 괜찮을까?'

같은 시각, 한빛그룹 본사 34층.

강현석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퇴원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의사는 최소 일주일은 쉬라고 했지만, 현석은 듣지 않았다. 쉴 시간이 없었다. 세상은 혼돈 속에 빠지고 있었고, 회사도 비상사태였다.

"강 대리, 괜찮아?"

옆 자리 선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광화문에 있었다며? 진짜 끔찍했겠다. 뉴스 보니까 난리도 아니던데."

"운이 좋았습니다."

현석은 짧게 대답하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그 일로 가득했다.

황금빛. 용의 환영. 그리고... 힘.

현석은 화장실로 갔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더 날카로웠고, 더 강렬했다.

현석은 손을 들어 올렸다.

'집중하면...'

가슴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 용의 기운.

현석은 그것을 끌어올렸다.

손에서 황금빛이 번쩍였다. 진우의 부드러운 흰빛과는 달랐다. 현석의 빛은 강렬하고 위압적이었다. 마치 번개처럼.

거울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힘..."

현석은 황홀했다.

평생을 강해지고 싶었다. 약한 자신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이 이뤄졌다.

'이 힘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 혼돈을 제압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해.'

현석은 주먹을 쥐었다. 황금빛이 더 강하게 빛났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

"어? 강 대리?"

팀장이 들어왔다. 현석은 재빨리 손을 내렸다. 빛이 사라졌다.

"아, 팀장님."

"몸 괜찮아? 얼굴이 좀 붉은데."

"네, 괜찮습니다."

"그래.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일찍 퇴근해."

"알겠습니다."

팀장이 나가자, 현석은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조심해야 해. 아직은 아무도 모르게.'

이 힘에 대해 알면, 사람들이 두려워할 것이다. 아니면 이용하려 들 것이다. 정부가, 회사가, 누군가가.

'아직은 때가 아니야.'

현석은 화장실을 나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심하고 있었다.

'이 힘으로... 내가 세상을 바로잡겠어.'

그날 밤.

진우는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작은 방이었지만, 익숙하고 편안했다. 진우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현석이한테 연락해볼까?'

하지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나 호랑이 힘 받았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현석이 믿을 리 없었다.

'현석이도... 혹시 힘을 받았을까?'

그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석도 광화문에 있었다. 그럼 현석도 빛줄기를 봤을 것이다. 혹시...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설마.'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만약 현석이 정말 힘을 받았다면?

만약 그 힘이 자신과 다른 종류라면?

'그땐... 어떻게 될까?'

진우는 그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자신의 힘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했다.

그는 다시 손을 펼쳐 바라봤다.

'호랑이의 기운...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태시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으라.'

"어떻게?"

진우가 중얼거렸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진우는 알고 있었다.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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