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첫 번째 만남

by 줄리엣 호텔

일주일 후

세상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었다.

뉴스는 매일 새로운 사건을 보도했다. 원인 불명의 폭력 사태, 감정 폭발, 집단 히스테리. 과학자들은 '집단 정신 이상 현상'이라고 명명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진우는 복지관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이제 그에게는 힘이 있었다. 호랑이의 기운. 그것은 항상 가슴 속에 잠들어 있다가, 필요할 때면 깨어났다.

"진우 씨, 오늘 식료품 배달 좀 도와줄 수 있어요?"

김미선 선생님이 물었다. 손에 주소가 적힌 종이 몇 장을 들고 있었다.

"물론이죠."

"고마워요. 요즘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밖에 나가기를 무서워하시거든요. 뉴스 때문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갔다. 거리는 위험했다. 언제 누가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두를지 모르는 세상이었다.

"제가 다녀올게요."

진우는 식료품 상자를 들었다. 쌀 10킬로그램, 반찬 몇 가지, 생필품. 평소 같았으면 무거웠을 짐이지만, 지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호랑이의 기운 덕분인가?'

진우는 자신의 몸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힘이 세졌고, 감각이 예민해졌고, 지구력도 좋아졌다. 아직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은평구 골목길.

진우는 첫 번째 주소를 찾아갔다. 낡은 다세대 주택 2층. 80대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이었다.

"할머니, 저 진우예요. 식료품 가져왔어요."

"어이구, 진우야. 들어와."

할머니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진우는 식료품을 정리해드리고,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세상이 왜 이러니... 무섭더라."

"괜찮아지실 거예요, 할머니."

"그럴까? 뉴스 보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

진우는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속으로는 걱정이었다. 할머니 말이 맞았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었다.

'태극진의 균열이 계속 커지고 있나...'

두 번째, 세 번째 집을 돌며 진우는 생각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으라. 하지만 어떻게?

'다른 십이지신 계승자들을 찾아야 할까?'

그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몰랐다. 열두 명이 함께해야 하는 것일지도.

오후 4시쯤.

진우는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복지관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였다.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도와주세요!"

진우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렸다. 골목 안쪽이었다. 한 여성이 두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가방 내놔!"

"제, 제발..."

강도였다. 균열의 영향으로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었다. 경찰도 모든 사건을 처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거기 뭐 하는 겁니까!"

진우가 소리쳤다. 두 남자가 돌아봤다. 하나는 칼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넌 뭔데?"

"비켜, 안 다치게."

남자들이 위협했다. 하지만 진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여자분을 놔주세요. 그럼 조용히 넘어가겠습니다."

"이 새끼가 진짜?"

칼을 든 남자가 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진우는 침착했다. 일주일 동안 호랑이의 기운을 연습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남자의 칼이 휘둘러졌다.

진우는 옆으로 비켰다. 태권도 동작. 몸에 완전히 익은 움직임. 그리고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호랑이의 기운을 살짝만 흘려보냈다.

"으윽!"

남자가 손목을 움켜쥐며 칼을 떨어뜨렸다. 진우는 힘을 조절했다.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무력화시킬 만큼만.

두 번째 남자가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들었다.

진우는 발차기로 대응했다. 앞차기. 남자의 명치를 정확히 맞췄다. 역시 힘은 조절했다. 남자는 숨이 막혀 바닥에 쓰러졌다.

"크윽... 이 자식..."

첫 번째 남자가 다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진우가 그의 앞에 섰다.

"그만하세요. 더 이상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 남자는 그 눈빛을 보고 주춤했다.

뭔가... 다른 게 느껴졌다. 이 청년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눈빛이, 분위기가, 모든 것이 달랐다.

"...씨발."

남자는 욕을 하며 도망쳤다. 두 번째 남자도 비틀거리며 따라갔다.

진우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네, 네... 고맙습니다..."

여성은 20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얼굴이 창백했고, 손이 떨리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아니에요. 당연한 일 했을 뿐이에요."

진우가 그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이었다.

여성이 진우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네?"

여성은 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이 이상하게 빛났다. 순간적으로, 아주 짧게, 녹색 빛이 스쳤다.

"당신... 느껴져요."

"뭐가요?"

"기운. 동물의 기운. 당신도... 받았죠?"

진우는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뭘... 무슨 말씀을..."

"숨기지 마세요. 나도 같아요."

여성이 손을 펼쳤다. 그리고 집중했다.

손에서 희미한 녹색 빛이 번쩍였다.

진우는 숨을 멈췄다.

"당신은..."

"토끼예요. 나는 묘(卯), 토끼의 기운을 받았어요."

여성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호랑이죠? 인(寅)."

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들켰으니까.

"어떻게..."

"느껴져요. 같은 십이지신 계승자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요."

여성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지영이에요. 박지영. 만나서 반가워요... 호랑이님."

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았다.

"이진우입니다. 호랑이... 맞아요."

두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흘렀다. 흰빛과 녹색 빛이 미세하게 공명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이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

"우리... 이야기 좀 할까요?"

지영이 물었다.

"네. 그래야 할 것 같네요."

근처 카페.

진우와 지영은 구석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언제 각성했어요?"

지영이 물었다.

"일주일 전이요. 광화문에서."

"나도요. 하지만 장소는 달랐어요. 나는 회사에 있었거든요."

"회사요?"

"응. 나는 무역회사 다녀요. 그날 회의 중이었는데, 갑자기 빛이 들어왔어요. 창문을 통해서."

지영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녹색 빛줄기. 토끼의 환영. 그리고 메시지.


평화를 지켜라.


다툼을 중재하라.


조화를 이뤄라.


"토끼는 싸우지 않아요."

지영이 말했다.

"도망가고, 숨고, 피해요. 하지만 필요하면... 중재해요. 서로 싸우는 이들 사이에서 평화를 만들어요."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랑이는 보호해요. 약한 자를 지키고, 숲의 균형을 유지해요."

"그럼 우린... 비슷한 역할이네요."

"그런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다른 사람들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지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십이지신은 열둘이잖아요. 우리 말고도 열 명이 더 있어요."

"맞아요.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찾죠?"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처럼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요."

지영이 웃었다.

"아니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끌어당기는지도 몰라요."

진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었다. 오늘 이 골목을 지나간 것도, 지영이 강도를 만난 것도, 모두 우연치고는 너무 정확했다.

"그럼 일단... 우리 둘이서라도 함께 움직일까요?"

진우가 제안했다.

"좋아요.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 것 같아요."

"연락처 교환하죠."

두 사람은 휴대폰을 꺼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간단히 계획을 세웠다.

"참, 진우 씨는 다른 십이지신 계승자를 아는 사람 있어요?"

지영이 물었다.

진우는 잠시 망설였다.

현석.

그 이름이 떠올랐다. 현석도 광화문에 있었다. 혹시 현석도 힘을 받았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명 확인해봐야 할 사람이 있긴 해요."

"누군데요?"

"제 친구요. 오래된 친구. 그 사람도 광화문에 있었거든요."

"그럼 만나봐요. 혹시 모르잖아요."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석이... 만나봐야겠어.'

그날 저녁.

진우는 현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현석아, 나 진우야. 오랜만이다. 시간 되면 한번 만날 수 있을까? 할 이야기가 있어.>

답장은 빨리 왔다.

<진우야! 오랜만이다. 나도 네 생각하고 있었어. 내일 저녁 어때? 대학가 치킨집에서 보자.>

<좋아. 내일 7시?>

<ㅇㅇ 그때 보자.>

진우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내일 현석을 만난다. 그리고... 물어볼 것이다. 너도 받았느냐고. 십이지신의 기운을.

'만약 현석이가 정말 받았다면...'

진우는 기대했다. 현석이 자신과 함께 싸워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함께한 친구. 서로를 믿는 사이.

하지만 동시에 불안도 느껴졌다.

'현석이가 받은 기운이... 만약 나랑 다른 성질이라면?'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현석은 착한 친구였다. 강하지만 올바른 사람. 어떤 기운을 받았든, 바르게 사용할 것이다.

진우는 그렇게 믿었다.

같은 시각, 한빛그룹 본사.

현석은 야근 중이었다. 사무실에는 그 혼자 남아 있었다.

모니터에는 보고서가 떠 있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진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자고...'

현석은 휴대폰을 바라봤다. 진우의 문자. '할 이야기가 있어.'

'무슨 이야기일까?'

현석은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광화문 사건에 대해서일 것이다. 진우도 그곳에 있었으니까.

'혹시 진우도... 힘을 받았나?'

그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현석은 손을 펼쳤다. 황금빛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용의 기운. 강력하고 위압적인 힘.

일주일 동안 현석은 이 힘을 연습했다. 회사 옥상에서, 집에서, 아무도 없을 때.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점점 더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있었다.

'이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어.'

현석은 확신했다.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 혼돈을 제압할 수 있다.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다.

'만약 진우도 힘이 있다면...'

현석은 생각했다.

'함께할 수 있겠지. 우리는 친구니까. 같은 편이니까.'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생각도 들었다.

'만약 진우가... 내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진우는 항상 온화했다. 포용적이었다. 힘보다는 대화를, 제압보다는 이해를 선택하는 사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야.'

현석은 생각했다.

'세상은 혼돈에 빠졌어. 이럴 때는 강한 지도자가 필요해. 확고한 질서가 필요해.'

현석은 주먹을 쥐었다. 황금빛이 더 강하게 빛났다.

'내일... 진우를 만나면 알게 되겠지. 우리가 같은 길을 갈 수 있을지.'

그날 밤.

전 세계 곳곳에서, 십이지신 계승자들이 각자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도쿄에서는 미연(뱀)이 미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베이징에서는 상우(쥐)가 조용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십이지신에 대한 정보, 균열에 대한 정보, 모든 것을.

뉴욕에서는 동현(소)가 묵묵히 훈련하고 있었다. 그의 힘은 인내였다. 끈기였다.

파리에서는 준희(닭)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하지만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균형을 바로잡는 것.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합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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