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닭의 정의

by 줄리엣 호텔

뉴욕, 브로드웨이

한준희는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27살. 한국계 미국인.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고, 브로드웨이에서 스타가 되었다. 목소리는 천상의 것이었다. 관객들은 그녀의 노래에 울고, 웃고, 감동했다.

하지만 준희는 만족하지 못했다.

"또 틀렸어."

그녀는 자신의 녹음을 듣고 짜증을 냈다.

"고음이 0.2초 늦었어. 완벽하지 않아."

"준희, 괜찮아. 관객들은 못 느껴."

매니저가 달랬다.

"나는 느껴. 그럼 안 돼."

준희는 완벽주의자였다. 1%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외롭게도 만들었다.

'왜 다들 대충대충 하는 거지? 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거야?'

준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은 불완전했다. 사람들은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규칙을 어겼다. 그것이 준희를 화나게 했다.

'정의가 필요해. 완벽한 질서가 필요해.'

준희는 그렇게 믿었다.

공연 당일.

준희는 무대에 섰다.

관객들의 환호. 조명. 음악.

준희는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극장을 가득 채웠다. 맑고, 강렬하고, 완벽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극장이 흔들렸다.

"뭐야?"

"지진?"

패닉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균열의 영향이었다. 뉴욕에도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무대 조명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위험해!"

누군가 소리쳤다.

준희는 그것을 보았다. 거대한 조명이 관객석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수십 명이 다칠 것이었다.

'안 돼!'

준희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멈춰!!!"

그 순간.

준희의 목소리에서 금색 파동이 퍼져나갔다.

소리가 물리적인 힘이 되었다. 파동은 떨어지는 조명을 멈췄다. 아니, 모든 것을 멈췄다.

흔들리던 건물이 멈췄다. 도망치던 사람들이 멈췄다. 시간 자체가 멈춘 것 같았다.

준희는 자신도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지진은 이미 끝나 있었다.

"뭐... 뭐였어?"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준희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금색 빛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내가... 한 거야?'

공연 후, 분장실.

준희는 혼란스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동양인이었다. 잘생겼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황금빛.

"한준희 씨?"

"네... 누구세요?"

"강현석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당신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준희는 경계했다.

"무슨 이야기인데요?"

현석은 손을 펼쳤다. 황금빛이 번쩍였다.

준희는 숨을 멈췄다.

"당신도..."

"네. 저도 받았어요. 십이지신의 기운을."

현석이 다가와 앉았다.

"당신은 닭. 유(酉). 정의와 완벽을 상징하는 동물이죠."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요. 같은 십이지신끼리는."

준희는 자신의 손을 펼쳤다. 금색 빛이 빛났다.

"이게... 뭔가요? 왜 저한테 이런 힘이 생긴 거죠?"

"세상의 균형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우리가 선택받은 거예요.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

현석이 설명했다.

태극진의 균열. 십이지신의 선택. 그리고 사명.

준희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나와 함께하는 거예요."

현석이 말했다.

"세상을 바로잡는 거예요. 완벽한 질서를 만드는 거예요."

"완벽한 질서?"

"네. 지금 세상은 혼돈에 빠졌어요. 사람들은 규칙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정의를 무시해요."

현석의 눈빛이 강렬했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해요. 강력한 힘으로. 확고한 질서로. 그래야 진정한 평화가 와요."

준희는 현석의 말에 끌렸다.

'맞아. 완벽한 질서. 그게 필요해.'

"하지만... 어떻게요?"

"열두 명을 모으는 거예요. 십이지신 전부. 그리고 우리가 이끄는 거예요. 용과 닭이."

"용이요?"

"네. 저는 용. 진(辰). 하늘의 지배자. 그리고 당신은 닭. 새벽을 알리는 자. 우리가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준희는 고민했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남자는 강했다.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

완벽함. 질서. 정의.

"...함께할게요."

준희가 말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뭐죠?"

"저는 부정의를 참을 수 없어요. 만약 당신이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한다면, 저는 떠날 거예요."

현석은 미소 지었다.

"좋아요. 저도 정의롭게 행동할 거예요. 약속해요."

두 사람은 악수했다.

황금빛과 금색 빛이 공명했다.

며칠 후, 서울.

진우는 준희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이상하네요."

지영이 말했다.

"보통 이틀 안에는 답장이 오는데."

"혹시..."

진우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현석이 먼저 찾아간 건 아닐까요?"

"그럴 리가요. 현석 씨가 어떻게..."

그때 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현석이었다.

"진우야."

"현석아."

"잘 지내?"

"응. 너는?"

"나도. 그런데 말이야..."

현석이 잠시 멈췄다.

"닭을 찾았어."

진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한준희. 뉴욕에 있는 뮤지컬 배우. 닭의 계승자. 우리 팀에 합류했어."

"..."

"미안. 네가 먼저 연락했던 것 같은데. 내가 먼저 만났어."

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우야. 우리 경쟁하는 거 아니잖아. 어차피 열두 명 다 모여야 하는 거고."

"그래... 맞아."

"그럼 나중에 보자. 또 연락할게."

현석이 전화를 끊었다.

진우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에요?"

지영이 물었다.

"현석이... 닭을 먼저 찾아갔어요. 그리고 자기 팀에 영입했대요."

모두 침묵했다.

"그럼..."

소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랑 현석 오빠 팀이랑... 경쟁하는 거예요?"

"경쟁이라기보다는..."

진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경쟁이었다. 십이지신을 누가 더 많이 모으느냐의. 그리고 결국... 누가 이끄느냐의.

"우리도 서둘러야 해요."

동현이 말했다.

"남은 십이지신을 빨리 찾아야 해요."

"맞아요."

서린이 노트북을 열었다.

"제 친구가 새 정보를 보내왔어요. 양(未). 일본 도쿄에 있대요. 간호사."

"일본..."

진우가 중얼거렸다.

"가야 할까요?"

"네."

진우는 결심했다.

"빨리 가요. 현석이 또 먼저 갈지도 모르니까."

그날 밤.

진우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친구와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현석. 가장 친한 친구. 서로를 믿었던 사이.

하지만 이제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진우는 포용과 조화를. 현석은 질서와 통제를.

둘 다 세상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달랐다.

'언젠가... 우리 직접 부딪치는 거 아닐까?'

진우는 그 생각이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금요일 연재
이전 12화13화: 양의 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