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아는 야간 근무 중이었다.
28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자랐다. 간호사로 10년째 일하고 있었다. 환자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부드럽고, 다정하고, 항상 미소 짓는 간호사.
"현아 씨, 205호 환자가 힘들어하는데 좀 봐줄래요?"
"네, 바로 갈게요."
현아는 205호로 향했다.
70대 할머니가 침대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할머니, 어디가 아프세요?"
"다리가... 너무 아파..."
"제가 마사지해드릴게요."
현아는 할머니의 다리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리고 집중했다.
손에서 희미한 흰빛이 나왔다. 양(未)의 기운. 치유의 힘.
따뜻한 에너지가 할머니의 다리로 흘러들어갔다.
"어머... 따뜻해..."
"괜찮아지실 거예요."
몇 분 후, 할머니는 편안하게 잠들었다.
현아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이 힘...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
한 달 전, 현아는 양의 기운을 받았다. 병원에서 밤 근무 중이었는데, 갑자기 흰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돌보라.
치유하라.
사랑하라.
양은 자비의 동물이었다. 온화하고, 부드럽고, 모두를 품는.
현아는 그 힘을 환자들을 돕는 데 사용했다.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다음 날 아침.
현아는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병원 로비에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인들로 보였다. 네 명. 젊은 남녀들.
그 중 한 명, 키 큰 남자가 현아를 보자 다가왔다.
"이현아 씨?"
"네... 누구세요?"
"저는 이진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현아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들에게서... 뭔가 느껴졌다. 따뜻한 기운. 빛.
"무슨 일로...?"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중요한 이야기라서요."
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 카페.
"그래서... 무슨 이야긴데요?"
현아가 물었다.
진우는 직접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현아 씨도 받았죠? 십이지신의 기운을."
현아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우리도 같아요."
지영이 손을 펼쳤다. 녹색 빛이 번쩍였다.
동현, 소희, 서린도 각각 자신의 기운을 보여줬다.
현아는 놀라 입을 막았다.
"정말... 저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네. 우리는 십이지신 계승자들을 모으고 있어요."
진우가 설명했다.
무너진 균형. 태극진의 균열. 그리고 사명.
현아는 모든 것을 듣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저도 세상을 구해야 하는 거예요?"
"네. 열두 명이 함께요."
"저는... 잘할 수 있을까요?"
현아의 목소리가 불안했다.
"저는 약해요. 싸우는 것도 못하고, 강하지도 않아요. 그냥... 사람들 돌보는 것만 할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소희가 말했다.
"저도 그래요. 돼지는 싸우지 못해요. 하지만 평화를 만들 수 있어요. 현아 씨도 치유할 수 있잖아요. 그게 큰 힘이에요."
현아는 소희를 바라봤다.
순수한 눈빛. 진심 어린 미소.
'이 아이... 정말 착하구나.'
"함께해주시겠어요?"
진우가 물었다.
현아는 잠시 생각했다.
두려웠다. 세상을 구한다는 건 너무 큰 책임이었다. 자신 같은 평범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일까?
하지만 동시에...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 현아의 꿈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것.
"...네. 함께할게요."
진우는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여섯 명이 되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현석도 도쿄에 왔다.
그는 미연(뱀)과 함께 현아가 일하는 병원을 찾았다.
"이현아 간호사 만나러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현아 씨는 오늘 휴무예요."
"그럼 집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개인정보라서 드릴 수 없습니다."
현석은 혀를 찼다.
"늦었나..."
미연이 눈을 감았다. 예지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떴다.
"현아는... 이미 호랑이 팀에 갔어요."
"확실해?"
"네. 미래에서 봤어요. 진우가 먼저 찾아갔어요."
현석은 주먹을 쥐었다.
"젠장... 또 늦었어."
"괜찮아요. 우리도 충분히 모았어요."
미연이 위로했다.
"용, 뱀, 개, 말, 닭. 다섯 명. 그리고 곧 쥐도 찾을 거예요."
"쥐?"
"네. 상우. 베이징에 있어요. 정보 수집가. 그는... 우리에게 유용할 거예요."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베이징으로 가자."
일주일 후, 베이징.
현석과 미연은 한 남자를 만났다.
김상우. 30대 초반.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일은... 정보 수집이었다.
"강현석 씨."
상우가 차분하게 말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쥐는 모든 것을 알아요. 정보가 힘이니까요."
상우는 자(子), 쥐의 계승자였다.
쥐는 겸손하고, 조용하고, 하지만 영리했다.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활용했다.
"당신 팀에 대해서도 알아요. 용, 뱀, 개, 말, 닭. 그리고 호랑이 팀도. 호랑이, 토끼, 소, 돼지, 원숭이, 양."
"대단하군요."
"정보는 제 전문이에요. 그리고..."
상우가 현석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는 당신 편이에요."
"왜죠?"
"당신의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강력한 질서가 필요해요. 정보를 통제하고, 체계를 만들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상우가 미소 지었다.
"쥐는 생존의 달인이에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한 자를 따라야 해요. 그리고 당신이 강해요."
현석은 상우의 손을 잡았다.
"환영해요."
여섯 명이 되었다.
용의 팀: 용(현석), 뱀(미연), 개(민수), 말(태준), 닭(준희), 쥐(상우).
호랑이의 팀: 호랑이(진우), 토끼(지영), 소(동현), 돼지(소희), 원숭이(서린), 양(현아).
열두 명이 모두 모였다.
하지만 하나가 되지 못했다.
둘로 나뉘었다.
서울, 진우의 집.
"열두 명이 다 모였어요."
서린이 보고했다.
"호랑이 팀 여섯, 용 팀 여섯."
"그럼 이제..."
소희가 물었다.
"만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열두 명이 함께?"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해요. 태극진을 치유하려면 열두 명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해요."
"하지만 현석 씨는..."
"알아요. 현석이랑 우리는 생각이 달라요. 하지만 어쨌든 만나야 해요. 대화해야 해요."
진우는 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우야."
"현석아. 만나자."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언제?"
"이번 주말. 한강 공원에서. 우리 열두 명 다 모여서."
"좋아."
전화를 끊고, 진우는 깊은 숨을 쉬었다.
'드디어... 모두 만나는구나.'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진우는 불안했다.
열두 명이 만나면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좋은 일일까? 아니면 나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