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스타일링의 공통점
글에 밀도를... 더하라고요?
첫 마침표를 찍기도 전, 벌써부터 심신이 고달프다. 키보드를 마구 부수고 싶다. 근데 뭐… 어쩔 수 없잖아요. 아쉬운 쪽이 마음고생하는 건 새삼 당연한 이치니까. 다행 중 불행히도 나는 이승에서 가장 골치 아픈 두 가지, '글 잘 쓰기'와 '옷 잘 입기'를 사랑한다. 취미라고 부를 때 가장 빛나는 별들을.
앞서 말한 '밀도'는 좋은 글은 물론, 멋진 스타일링과도 연관이 깊다. 미간을 기분 좋게 구겨버리는 농도 짙은 문장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는 옷차림은 '진짜 나'일 때만 가능하다. 캠핑하지 않으면서 가슴팍에 CAMPER, 록 음악은 안 듣는데 좌심실엔 NEVER MIND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실제의 나와 다른 차림새는 스타일링의 생기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되도록 지양하는 편이다.
근데 뭐… 쓰다 보니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내 몸에 닿는 모든 옷가지에 나름의 이유와 취향, 관심사와 가치관을 담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러려면 아마 1년 중 절반은 바깥 날씨도 모른 채 하루를 다 보내겠지? 고집은 또 있어서 못 나가거나 안 나가고.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는 제 최고 멋진 룩은 뭐냐고요?••• 글쎄요. 패션이란 가끔 입체적인 고양이 같다. 자주 보고 더러 입을수록 그 깊이는 오리무중.
흔한 옷쟁이들처럼 나 또한 내 스타일을 정의 내리고자 꽤나 오래 방황했다. 주변 환경과 경험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이상향도 움직였다. 그렇게 몇 년, 옷을 사고팔고 다시 샀다.
좋아하던 만화와 소설, 즐겨 듣던 밴드까지. 어렸을 때부터 나는 주로 일제를 선호했다. 한 친구는 나를 ‘문화 친일파’라고 불렀지만, 그런 지는 일본 대학 출신인걸. 빈티지하게 너덜너덜한, 무심하게 치렁치렁한 룩이 좋은 건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밴드의 영향이겠지. 내가 보고 듣는 게 내가 될 것이다. 도쿄에서 태어난 커트 코베인.
몇 년 전, 밤 산책 중에 생각했다. 어떤 노력이나 꾸밈없이 천연의 나로 살고 싶다고. 다른 누군가가 되어서 사랑받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미움받는 것이 낫다 던 커트 코베인처럼, 어쩌면 나도 미움받을 용기를 벌러 이 옷 저 옷 떠도는지도 모르겠다. 텅 빈 지갑에도 때깔 고운 가난한 유령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