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몇 달 전, 친정집에 갔다.
아랫집에서 올라왔다.
발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어르신 두 분의 보폭소리는 많이 들어 기억하는데,
다른 보폭의 소리가 많이 들리고 너무 시끄럽다는 것.
그 집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아랫집에서 올라온 건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한창 어릴 때도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었는데.
아랫집 사람이 그랬다.
어쩌다 한번 왔다 간다는 둥 그런 말조차 하지 말고
조금의 이해도 바라지 말라고.
자신은 아이가 없으니 손주, 자녀 이런 건 이해 못 한다고.
발치수를 알려주면 자기가 직접 실내화를 사주겠다고도 했다.
이사 온 지 몇 달 안 됐는데 너무 시끄럽다고.
그 후 친정에 가는 게 두려웠다.
아이들에게 카펫 위만 밟으라 하고,
뒤꿈치 들고 천천히 걷는지 감시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화가 났고,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심장도 떨어졌다.
하지만, 아랫집은 또 올라왔다.
두께 3cm의 매트와 실내화를 샀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친정을 갔다.
아랫집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깟 층간소음, 시끄러우면 얼마나 시끄럽다고.
애들이 어떻게 얌전히 놀 수 있어?
겨우 한 달에 하루인데.
친정오빠가 이 얘기를 듣고 말했다.
자기도 그 집에 살 때 밤마다 들려오는 윗집 소음에 미칠뻔했다고.
윗집은 밤마다 뭔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새벽이면 바닥에 둔 폰이 진동알람을 울려댔다고.
이 아파트가 층간소음에 약하다고.
그랬구나.
그래도 나는 한 달에 한 번만 가는데..
그리고, 몇 달이 흘러 우리 집.
몇 주 전부터 밤 10시 이후면 층간소음이 시작됐다.
뭔가 무거운 걸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바닥에서 뭔가를 끌고 다니기도 한다.
어떤 날은 소음에 놀라 깨어보니 새벽 3시였다.
그러던 주말 오전, 어김없이 윗집에서 뛰는 소리가 났다.
신랑은 뭔가에 홀린 듯 베란다로 가더니 위층을 향해 한마디 했다.
층간소음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 수도 있다니.
친정의 아랫집이 생각났다.
층간소음은 사람을 다른 모습으로 만들 수도 있다.
내가 본 그 사람의 모습은 내가 변화시킨 모습이었겠지.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
어쩌다 한 번의 피해조차도
상대가 싫어한다면 하면 안 되는 거다.
그걸 내가 겪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살면서 상대의 심정을 몰라서 저지른 무례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보니 끔찍했다.
어쩌다 한 번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몸이 떨리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이걸 늦게라도 알게 되어 감사했다.
다음에 친정에 가게 되면
아랫집에 과일이라도 드릴 참이다.
제가, 무식해서 용감했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