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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반전★엄마의 금괴를 노리는 아들부부의 최후

by 아들딸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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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3K70B_0VXg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예순한 살이 된 서울 강남에 사는 여자입니다. 제 이름은 박미경이고요,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육십 대 할머니예요. 아침마다 공원 나가서 산책하고 시장 가서 장 보고 오후에는 집에서 드라마나 보면서 지내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제게는 아무도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바로 은행 금고에 보관된 60억 원어치가 넘는 금괴예요.

네 맞습니다. 60억이요. 믿기지 않으시죠? 저도 가끔은 제가 이렇게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하지만 이건 제가 하루아침에 얻은 게 아니에요. 15년 동안 한 푼 두 푼 모아서 금으로 바꾼 거거든요. 1킬로그램짜리 금괴가 42개, 100그램짜리 금괴가 150개 정도 됩니다. 은행 직원들도 제 금고를 열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예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냐고요? 그건 제 남편 덕분이었어요. 남편은 15년 전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저한테 큰 유산을 남겨주고 갔어요. 서울 강남에 있는 상가 건물 두 채, 그리고 아파트 다섯 채였어요. 남편이 워낙 부지런하고 사업 수완이 좋았던 분이라 젊었을 때부터 부동산 투자를 열심히 했었거든요.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 전 그 부동산들을 전부 임대를 줬어요. 상가 건물은 식당하고 카페에 임대를 주고 아파트들은 전세를 줬죠. 그렇게 해서 매달 들어오는 돈이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됐어요. 한 달에 천만 원이요. 저 혼자 쓰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죠.

그런데 전 그 돈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왜냐고요? 제가 자란 환경 때문이었어요. 저는 정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거든요.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셨고 어머니는 남의 집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하셨어요. 저는 여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항상 언니 오빠들한테 물려받은 옷만 입고 자랐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는 도시락도 제대로 못 싸 갔어요.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은 다 도시락을 펴놓고 맛있게 먹는데 전 가방 속에 숨겨둔 주먹밥 하나를 몰래 먹었거든요. 친구들한테 들킬까 봐 화장실에 가서 먹을 때도 많았어요. 그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어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요. 대신 동네 봉제 공장에 취직을 했어요. 열네 살 때부터 아침 여덟 시부터 밤 열 시까지 미싱을 돌렸어요. 손가락에 바늘이 찔려서 피가 나도 쉬지 못했어요. 공장장이 무서워서요.

그렇게 5년을 일하고 열아홉 살이 됐을 때 저희 언니가 선을 주선해줬어요. 그때 만난 사람이 제 남편이었죠. 남편은 그때 스물여섯 살이었고 작은 건설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키가 크고 얼굴이 잘생기진 않았지만 성실하게 생겼더라고요.

첫 만남에서 남편이 제 손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손이 참 고생을 많이 했네요. 저랑 결혼하면 이런 일 안 시킬게요." 그 한마디에 전 마음이 움직였어요. 누군가 제 고생을 알아준다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저는 스무 살에 결혼을 했어요. 결혼하고 나서 남편은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건설 회사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대학 야간부를 다녔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했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작은 땅을 하나 샀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남편은 땅을 사서 몇 년 뒤에 팔고 그 돈으로 또 땅을 사고 그렇게 계속 부동산에 투자했어요. 타이밍도 좋았어요. 1980년대부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랐거든요. 그렇게 해서 남편은 삼십 대 후반에 이미 큰 부자가 됐어요.

저는 남편이 그렇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하지만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제 친정 식구들이 남편한테 자꾸 돈을 빌려달라고 했거든요.

어느 날은 제 큰오빠가 집에 찾아왔어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매부 내가 사업 좀 하려고 하는데 3천만 원만 빌려줄 수 없어? 나중에 꼭 갚을게." 남편은 거절하지 못하고 돈을 빌려줬어요. 하지만 큰오빠는 그 돈을 갚지 않았어요.

그 다음엔 둘째 오빠가 왔어요. "우리 애들 학원비 좀 대줄 수 없어? 요즘 장사가 안 돼서 힘들어." 남편은 또 돈을 줬어요. 하지만 둘째 오빠도 갚지 않았죠.

그렇게 제 친정 식구들이 계속 돈을 빌려갔어요. 갚지도 않으면서 계속 빌려갔죠. 남편은 한 번도 제게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제 식구들 때문에 남편이 고생하는 게 미안했거든요.

그러다 남편이 쓰러졌어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거예요. 병원에 가 보니 간암이었어요. 그것도 말기였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준비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남편은 그때 겨우 마흔아홉 살이었거든요. 너무 젊었어요. 아들도 아직 대학생이었는데 남편이 먼저 가다니요.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 치료를 받았어요. 하지만 암은 점점 퍼져갔고 남편의 몸은 점점 약해졌죠. 남편은 본인의 죽음을 예감하고 저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어요.

"여보 미안해. 내가 당신을 먼저 두고 가서.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가 재산을 많이 남겨놨어. 평생 먹고살 수 있을 거야. 그런데 한 가지만 약속해 줘. 당신 친정 식구들한테 재산 이야기하지 마. 그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또 빌려달라고 할 거야. 당신 혼자 잘 지키고 살아."

남편은 그렇게 말하고 일주일 뒤에 세상을 떠났어요. 전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지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어요. 아들이 있었으니까요.

남편이 남긴 재산을 정리하면서 전 깜짝 놀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거든요. 상가 건물 두 채와 아파트 다섯 채 그리고 은행 예금이 10억 원 정도 있었어요. 전 그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금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은행 직원이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고객님 예금으로만 갖고 계시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치가 떨어져요. 금에 투자하시는 게 어떨까요? 금은 절대 가치가 떨어지지 않거든요."

전 그 말을 듣고 금을 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100그램짜리 작은 금괴부터 샀어요. 그리고 익숙해지니까 점점 큰 금괴를 샀죠. 1킬로그램짜리 금괴를 처음 샀을 때 정말 무겁더라고요. 한 손에 들기 힘들 정도였어요.

그렇게 15년 동안 매달 임대료가 들어오면 생활비만 쓰고 나머지는 전부 금으로 바꿨어요. 은행 금고는 점점 차기 시작했고 어느새 60억 원어치가 넘는 금이 쌓였죠.

그런데 전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제 아들한테도요. 왜냐하면 남편이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났거든요. "사람은 돈 앞에서 변한다." 그 말이 맞았어요. 제 친정 식구들만 봐도 그랬으니까요.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 제 친정 식구들이 또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큰언니였어요. "미경아 미제가 재산 좀 남겼지? 우리도 좀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너 어렸을 때 얼마나 돌봐줬는데."

전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혔어요. 저를 돌봐줬다고요? 제가 기억하기론 언니 오빠들이 저를 돌봐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제가 공장에서 번 돈으로 집안 생활비를 보탰는데 말이에요.

전 단호하게 말했어요. "언니 죄송하지만 전 돈 없어요. 남편이 남긴 재산도 별로 없고 저도 그 돈으로 겨우겨우 살고 있어요." 큰언니는 믿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갔어요.

그 다음엔 큰오빠가 왔어요. "미경아 매부 빌려간 돈 이제 안 갚아도 되지? 돌아가셨으니까." 전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죽은사람 돈을 안 갚아도 된다니요? 그게 무슨 논리예요?

전 이렇게 말했어요. "오빠 그래도 빌린 돈은 갚아야죠. 제 남편이 죽었다고 빚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큰오빠는 화를 내면서 나갔어요. "너 정말 매정하다. 오빠한테 돈 갚으라고 하냐? 우리가 남이야?"

그 일이 있고 나서 전 친정 식구들과 연락을 끊었어요. 명절에도 가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어요. 그게 제 마음이 편했거든요. 그리고 제 아들한테도 친정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제 아들 이름은 준호예요. 남편을 많이 닮아서 성격이 온화하고 착해요. 공부도 잘해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고 대기업에 취직도 했어요. 연봉도 꽤 되더라고요. 전 아들이 자랑스러웠어요.

아들은 대학 다닐 때부터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았어요. 공부하느라 바빴대요. 그리고 회사 다니면서도 승진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서른한 살이 됐는데 결혼은커녕 여자 친구도 없는 거예요.

전 걱정이 됐어요. 아들이 이러다가 혼자 늙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준호야 이제 슬슬 결혼 생각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좋은 사람 소개해 줄까?"

아들은 괜찮다고 했어요. "엄마 저 아직 승진도 못 했는데 무슨 결혼이에요. 일단 과장까지는 승진하고 생각할게요." 전 아쉬웠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해 가을이었어요. 아들이 갑자기 집에 와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엄마 저 좋은 사람 만났어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요."

전 너무 놀라서 물어봤어요. "정말? 어떤 사람인데? 어디서 만났어?" 아들이 대답했어요. "회사 선배가 소개해 줬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에요. 나이는 저보다 두 살 어리고요. 다음 주에 엄마한테 소개해 줄게요."

전 정말 기뻤어요. 드디어 우리 아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 일주일 동안 어떤 며느리가 올지 기대하면서 지냈어요.

드디어 그날이 왔어요. 일요일 오후 두 시에 아들이 여자를 데리고 왔어요. 제가 문을 열었을 때 첫인상은 그냥 평범했어요. 키가 16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체구에 얼굴은 화장을 진하게 해서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저는 김수진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목소리는 작았어요. 속삭이듯이 말하는 스타일이었죠. 전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진이는 서울 출신이고 대학은 교육대학교를 나왔고 지금은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대요.

전 물어봤어요. "수진 씨 우리 준호 어때요? 잘해줘요?" 수진이가 수줍게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네 오빠가 정말 잘해줘요. 제가 피곤하면 집까지 데려다주고 항상 다정하게 대해줘요. 이렇게 좋은 사람은 처음이에요."

제가 또 물어봤어요. "그럼 우리 준호랑 결혼할 생각 있어요?" 수진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어요. "네 저도 오빠가 좋아요. 결혼하고 싶어요."

전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어요. 우리 아들이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날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수진 씨 앞으로 우리 가족이 될 텐데 편하게 지내요."

수진이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어요. "감사합니다 어머님. 제가 잘하겠습니다." 전 정말 착한 아이구나 싶었어요.

그날 저녁을 함께 먹고 아들이 수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왔어요. 그리고 제게 물어봤어요. "엄마 수진이 어때? 괜찮아?" 전 대답했어요. "응 착하고 예쁘더라. 엄마 마음에 들어."

아들이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정말요? 다행이다. 전 엄마가 마음에 안 들어 하실까 봐 걱정했거든요." 전 아들한테 말했어요. "준호야 수진이 같은 착한 아이 놓치지 마. 빨리 결혼해."

그렇게 해서 아들과 수진이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어요. 양가 상견례도 했고요. 수진이 부모님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어요. 아버지는 은행에 다니시고 어머니는 약국을 운영하신대요.

상견례 자리에서 수진이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어요. "저희 수진이가 어려서부터 착하게 자랐어요. 결혼하면 시댁 식구들 잘 모실 거예요." 전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어요. "네 우리 준호도 착한 아이니까 두 사람 잘 맞을 거예요."

그런데 그때 수진이 아버지가 슬쩍 이런 질문을 했어요. "혹시 집은 마련하셨나요? 요즘 신혼집 구하기가 힘들다던데요." 전 대답했어요. "네 제가 아파트 하나 사줄 생각이에요. 32평 정도 되는 아파트로요."

그 말을 듣고 수진이 부모님 표정이 확 밝아지는 게 보였어요. 그리고 수진이 어머니가 말했어요. "아이고 안사돈께서 정말 너그러우시네요. 요즘 시어머니들은 그렇게까지 해주는 분이 별로 없는데 말이에요."

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수진이 부모님이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결혼식은 그해 12월에 했어요. 작은 결혼식장에서 하객 100명 정도 불러서 소박하게 했어요. 제가 화려한 걸 싫어하는 걸 알아서 수진이 쪽에서도 크게 하자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전 그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결혼식 당일 수진이는 정말 예쁘더라고요. 웨딩드레스를 입으니까 공주님 같았어요. 아들도 행복한 표정이었고요. 전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우리 아들이 드디어 가정을 꾸리는구나 싶었거든요.

결혼식이 끝나고 아들 부부는 신혼여행을 갔어요. 발리로 일주일 동안 다녀온다고 했어요. 그 사이에 전 신혼집을 준비했어요. 강남에 있는 32평 아파트를 25억 원에 샀어요. 그리고 가구며 가전제품이며 다 새로 사서 들여놨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부부가 신혼집을 보더니 정말 좋아했어요. 특히 수진이가 집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면서 감탄하더라고요. "어머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집을 마련해 주시다니요. 제가 평생 은혜를 갚겠습니다."

전 수진이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뿌듯했어요. 역시 우리 며느리는 착한 아이구나 싶었거든요.

그렇게 아들 부부는 신혼 생활을 시작했어요. 처음 몇 달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주말마다 제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곤 했거든요. 그때 수진이는 항상 뭔가를 만들어 왔어요. 쿠키도 만들어 오고 케이크도 만들어 오고요.

"어머님 제가 직접 만든 건데 드셔보세요." 수진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예쁘게 포장한 쿠키 상자를 주는 거예요. 전 정말 고맙더라고요. "수진아 고마워. 네가 이렇게 정성껏 만들어 오니까 엄마가 참 행복해."

수진이는 항상 공손했어요. 제 말에 항상 "네 어머님"이라고 대답했고 제가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부엌일도 도와주고 설거지도 하고요. 전 정말 좋은 며느리를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변화가 생긴 건 결혼한 지 1년쯤 지나서였어요. 수진이가 임신을 한 거예요. 어느 날 아들이 전화를 했어요. "엄마 좋은 소식 있어요. 수진이가 임신했대요. 지금 8주예요."

전 정말 기뻤어요. "정말? 우와 엄마 손주 보겠네. 축하한다 준호야. 수진이한테도 축하한다고 전해줘." 아들도 정말 기뻐하는 목소리였어요.

그날 저녁 전 아들 부부 집에 갔어요. 축하한다고 저녁을 사주려고요. 그런데 수진이를 보니까 표정이 별로 안 좋더라고요. "수진아 괜찮아? 입덧 심해?" 수진이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요즘 너무 힘들어요. 아침마다 토하고 밥도 잘 못 먹겠어요."

전 수진이를 위로했어요. "그래도 참아야지. 애기 낳으면 다 괜찮아질 거야. 엄마가 입덧에 좋은 음식 만들어 올게." 수진이는 고맙다고 했지만 표정이 계속 안 좋더라고요.

한번은 제가 일부러 연락 없이 갔어요. 초인종을 눌렀는데 한참 있다가 수진이가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머리가 떡져 있고 화장도 안 돼 있더라고요. 방금 일어난 것 같았어요.

"어머님 갑자기 오시면 어떡해요. 미리 연락 좀 하시지." 수진이가 약간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전 놀랐어요. 착하기만 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냉랭한 표정을 지을 줄은 몰랐거든요.

"미안해. 엄마가 수진이 걱정돼서 그냥 왔어. 혹시 불편한 거 있어?" 제가 그렇게 말하자 수진이는 표정을 바꿔서 말했어요. "아니에요 어머님. 제가 잠깐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어요. 들어오세요."

그날 전 집안을 돌아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거실 테이블 위에 명품 가방이 놓여 있는 거예요. 루이비통 가방이었어요. 그것도 신상이더라고요. 전 물어봤어요. "수진아 이 가방 새로 샀어?"

수진이가 대답했어요. "아 그거요? 친구가 선물로 준 거예요." 전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의심이 들었어요. 친구가 이렇게 비싼 가방을 선물로 주나? 루이비통 신상이면 300만 원은 넘을 텐데요.

집에 돌아와서 전 계속 그 생각이 났어요. 뭔가 이상한데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그냥 제 의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넘어갔어요.

수진이는 임신 3개월이 됐을 때 회사를 그만뒀어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일을 못 하겠다고 했대요. 전 속으로 의아했어요. 요즘 여자들은 임신해도 출산휴가 쓰고 복직하는데 왜 학교를 그만두는 걸까 싶었거든요.

아들한테 물어봤어요. "준호야 수진이가 회사 그만둔다고? 복직은 안 하고?" 아들이 대답했어요. "엄마 수진이가 몸이 정말 안 좋대요. 병원에서도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회사 그만두기로 했어요."

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며느리 몸이 안 좋다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의심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수진이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집에 가도 예전처럼 반갑게 맞지 않더라고요. "어머님 오셨어요?" 그렇게만 말하고 침대에 계속 누워 있는 거예요.

"수진아 엄마가 저녁 해줄까? 뭐 먹고 싶어?" 제가 그렇게 물어도 수진이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아니요. 배달 시켜 먹을게요. 어머님은 그냥 가셔도 돼요."

전 정말 당황했어요.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그냥 가라고 하다니요. 하지만 전 참았어요. 임신해서 예민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아들한테서 전화가 온 거예요. "엄마 미안한데 당분간 집에 안 오시면 안 될까요?" 제가 놀라서 물어봤어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들이 대답했어요. "수진이가 산후 우울증이 벌써 생겼대요. 병원에서 사람 만나는 걸 최대한 줄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엄마도 당분간 보지 말자고 해요."

전 정말 기가 막혔어요. 산후 우울증은 애를 낳은 후에 생기는 건데 어떻게 임신 중에 벌써 생긴다는 거죠? 그리고 산후 우울증이 있으면 오히려 가족들이 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전 아들한테 더 이상 말하지 못했어요. 아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래서 전 3개월 동안 수진이를 보지 못했어요. 아들도 거의 보지 못했고요.

그 3개월 동안 전 정말 외로웠어요. 유일한 가족인 아들을 보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걱정도 많이 됐어요. 수진이가 정말 아픈 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요.

드디어 수진이가 출산을 했어요. 건강한 사내아이였대요. 아들이 전화로 알려줬어요. "엄마 손주 낳았어요. 3.5킬로그램 건강한 사내아이예요." 전 너무 기뻤어요. "정말? 엄마 지금 병원 갈게. 손주 얼굴 좀 보자."

그런데 아들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엄마 미안한데 오늘은 안 될 것 같아요. 수진이가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대요. 내일 오세요." 전 실망했지만 참았어요.

다음 날 병원에 갔어요. "수진아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 제가 그렇게 물어도 수진이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네 괜찮아요." 그리고는 계속 스마트폰만 보는 거예요.

전 손주를 보려고 신생아실로 갔어요. 유리창 너머로 제 손주를 봤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하고요. 전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귀여운 손주를 가지게 되다니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수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뒤부터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수진이가 저를 집에 부르지 않는 거예요. 제가 먼저 연락해서 손주 보러 가겠다고 하면 그제야 허락하는 식이었어요.

"어머님 오시기 전에 꼭 연락 주세요. 아기 재우고 있을 수도 있고 집안이 어수선할 수도 있어서요." 수진이가 그렇게 말했어요. 전 이상했지만 그래도 며느리가 그렇게 말하니까 따랐어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났어요. 전 한 달에 한 번 정도 손주를 볼 수 있었어요. 그것도 약속을 잡아야만 볼 수 있었죠. 손주를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수진이가 아기가 낯을 가린다면서 제지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미안한데 500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 전 놀라서 물어봤어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들이 대답했어요. "수진이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고 애 키우느라 스트레스가 심해서요. 제주도로 휴가 좀 다녀오려고요. 좋은 호텔에서 푹 쉬게 해주고 싶어요."

전 의아했어요. 500만 원이요? 제주도 가는데 500만 원이나 필요해요? 아들이 설명했어요. "5성급 호텔에서 일주일 묵으려고요. 수진이가 정말 힘들어했거든요."

전 돈을 줬어요. 아들이 원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속으로는 찜찜했어요. 뭔가 이상한데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어요. 한 달 뒤에는 1,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어요. 수진이가 차를 바꾸고 싶다고 했대요. 애 키우려면 큰 차가 필요하다면서요.

또 한 달 뒤에는 2,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어요. 수진이가 명품 가방을 사고 싶다고 했대요. 친구들이 다 명품을 들고 다니는데 자기만 안 들고 다니면 자존심이 상한다면서요.

그러던 중 결정적인 일이 일어났어요. 제가 은행에 금을 확인하러 갔다가 우연히 아들 부부를 본 거예요. 아들과 수진이가 제가 거래하는 은행 지점에 와 있는 거예요.

전 이상해서 물어봤어요. "준호야 여기서 뭐 해?" 아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아 엄마. 저희 여기서 계좌 하나 만들려고요."

그런데 그때 수진이 표정이 묘했어요. 뭔가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거든요. 그리고 아들한테 뭐라고 속삭이는 게 보였어요. 전 그때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어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시작이었어요. 수진이가 제 금에 대해 알게 된 거였죠. 어떻게 알았냐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이 실수로 말한 거였어요.

어느 날 아들이 수진이랑 싸웠대요. 돈 문제 때문이었죠. 수진이가 또 명품을 사고 싶다고 했는데 아들이 이번에는 안 된다고 했대요. 그랬더니 수진이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대요.

"오빠네 엄마 돈 많다면서요? 엄마한테 더 받으면 되잖아요." 아들이 당황해서 대답했어요. "우리 엄마가 돈이 어디 있어? 그냥 아파트 월세 받아서 사는 건데."

그랬더니 수진이가 이렇게 말했대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오빠가 술 마시고 말했잖아요. 엄마가 은행 금고에 금을 엄청 많이 갖고 있다고요."

아들은 그제야 자기가 술 취해서 실수로 말한 걸 기억해냈대요. 그리고 당황해서 이렇게 말했대요. "그건 비밀이야. 엄마한테 절대 말하지 마."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수진이는 그때부터 제 금에 대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던 거예요.

며칠 뒤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제 신용카드가 없어진 거예요. 지갑에 분명히 넣어뒀는데 사라진 거예요. 전 집안을 다 뒤졌지만 카드는 나오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카드사에 전화해서 분실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카드사 직원이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요. "고객님 이 카드로 어제 300만 원이 결제됐는데 혹시 고객님이 사용하신 거 맞으세요?"

전 깜짝 놀랐어요. "뭐라고요? 제가 사용한 적 없는데요?" 카드사 직원이 말했어요. "그럼 도난됐을 수도 있겠네요. 어디서 사용됐는지 확인해 드릴까요?"

"네 확인해 주세요." 카드사 직원이 확인하더니 말하더라고요. "백화점 명품관에서 사용됐네요. 강남에 있는 에르메스 매장이에요."

그 말을 듣고 전 누가 제 카드를 썼는지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수진이였어요. 수진이가 제 카드를 훔쳐서 에르메스 가방을 산 거였죠.

전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하지만 바로 아들한테 따지지 않았어요. 증거를 확보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백화점에 전화해서 CCTV를 확인해 달라고 했어요.

백화점 보안팀에서 확인해 주더니 말하더라고요. "고객님 맞습니다. CCTV에 젊은 여성분이 이 카드로 결제하시는 게 찍혀 있어요. 경찰에 신고하시겠어요?"

전 대답했어요. "아니요. 제가 아는 사람일 거예요. 일단 보안유지해 주세요. 그리고 CCTV 영상 이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네 보내드리겠습니다."

전 CCTV 영상을 받아서 확인했어요. 역시나 수진이였어요. 수진이가 제 카드로 에르메스 가방을 사는 게 똑똑히 찍혀 있었어요.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요.

전 그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제 며느리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도둑질을 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전 참았어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뭔가 더 큰 그림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 예감은 맞았어요. 일주일 뒤에 더 결정적인 증거를 잡게 됐거든요.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전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어요. 은행에서 온 문자였어요.

"고객님의 금고 비밀번호 변경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본인이 아닐 경우 즉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전 그 문자를 보고 온몸이 얼어붙었어요. 제가 비밀번호 변경 신청을 한 적이 없거든요. 누군가 제 금고에 접근하려고 하고 있는 거였어요.

전 바로 은행에 전화했어요. "여보세요. 저 지금 금고 비밀번호 변경 신청 문자를 받았는데요. 제가 신청한 적이 없어요."

은행 직원이 확인하더니 말했어요. "네 고객님. 확인해 보니 고객님 아드님이 신청하신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 깜짝 놀랐어요. "뭐라고요? 제 아들이요?" 은행 직원이 대답했어요. "네 고객님 아드님 명의로 신청서가 들어왔습니다. 어머님께서 동의하신 거 아니세요?"

전 단호하게 말했어요. "아니요. 제 허락 없이 신청한 거예요. 즉시 취소해 주세요." 은행 직원이 대답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취소 처리하겠습니다."

전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요. 아들이 제 금고 비밀번호를 바꾸려고 했다니요. 아니 정확히는 수진이가 시켜서 그런 거겠죠.

전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했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한테 직접 말해야 할까? 아니면 증거를 더 모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전 결심했어요. 일단 지켜보자고요. 수진이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그때 가서 대응하기로요.

그리고 일주일 뒤에 결정적인 순간이 왔어요. 제가 시장을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아들 부부 차가 제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는 게 보이는 거예요.

전 이상해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켜봤어요. 그랬더니 10분쯤 지나서 아들과 수진이가 저희 동 방향에서 나오는 게 보였어요. 그것도 아주 허둥지둥 나오더라고요.

전 차에서 내려서 아들을 불렀어요. "준호야 여기서 뭐 해?" 아들이 깜짝 놀라서 돌아봤어요. "엄마? 아 저희 엄마 집에 잠깐 들렀어요."

전 물어봤어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들이 대답했어요. "아니요. 그냥 잠깐 들렀어요."

그런데 수진이 표정이 창백했어요. 뭔가 들킨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전 더 추궁하지 않고 그냥 보냈어요. 대신 바로 집에 올라가서 확인했죠.

집안에 들어가 보니 서재 책상 서랍이 열려 있었어요. 그 서랍에 제가 중요한 서류들을 보관하고 있었거든요. 은행 통장이며 인감 도장이며 그런 것들이요.

전 서랍을 확인했어요. 다행히 아무것도 없어진 건 없었어요. 하지만 서류들이 어지럽혀져 있었어요. 누가 뒤진 흔적이 역력했죠.

그때 알았어요. 수진이가 제 금고 비밀번호를 찾으려고 집에 들어온 거였다는 걸요. 혹시 서류에 비밀번호를 적어놨을까 봐 뒤진 거였죠.

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는 확실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때 떠오른 사람이 바로 은행 지점장님이었어요. 지점장님이라면 좋은 조언을 해 주실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전 다음 날 바로 은행으로 갔어요.

"지점장님 제가 상담 좀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지점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네 어머님. 무슨 일이세요? 상담실로 들어가시죠."

상담실에 들어가서 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말씀드렸어요. 며느리가 제 카드를 훔친 일, 비밀번호를 바꾸려고 한 일, 집에 들어와서 서류를 뒤진 일까지요.

지점장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어머님 이건 심각한 문제예요. 며느님이 어머님 재산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전 물어봤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점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어머님 일단 금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업그레이드요?" 지점장님이 설명하셨어요. "네 지금은 비밀번호만 있으면 금고를 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생체 인식 시스템을 추가하시면 비밀번호를 알아도 어머님 지문이 없으면 금고를 열 수 없어요."

지점장님이 이어서 설명하셨어요. "저희 은행에서 작년부터 그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특히 고액 자산 보유 고객들한테 권장하고 있습니다."

전 바로 결정했어요. "그럼 바로 해 주세요." 지점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네 그럼 지금 바로 등록하시죠."

그렇게 해서 전 금고에 지문 인식 시스템을 추가했어요. 이제는 제 지문이 없으면 절대 금고를 열 수 없게 된 거예요. 하지만 이 사실을 아들 부부는 모르고 있었죠.

그리고 지점장님이 한 가지 더 제안을 하셨어요. "어머님 혹시 며느님이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낸다면 여기로 올 거예요. 그때를 대비해서 제가 CCTV를 꼼꼼히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님한테 바로 연락드릴게요."

전 정말 고마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점장님." 지점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아닙니다. 제가 고객님을 보호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15년 동안 거래하신 고객님인데 제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집에 돌아온 전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이제는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수진이가 어떻게 나오든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일주일 뒤 드디어 그 순간이 왔어요. 제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지점장님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어머님 지금 당장 은행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전 놀라서 물어봤어요. "무슨 일이세요?" 지점장님이 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어머님 아드님과 며느님이 지금 은행에 와 계세요. 금고를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 깜짝 놀랐어요. "뭐라고요?" 지점장님이 설명하셨어요. "어머님이 시켰다면서 위조된 대리위임장을 가져오셨더라구요. 지금 지문 인식이 안 돼서 당황하고 계세요. 제가 일부러 시스템 점검 중이라고 해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전 바로 택시를 타고 은행으로 달려갔어요. 가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은행에 도착해서 지점장님을 만났어요.

전 감사하다고 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들어가 볼게요." 지점장님이 제 어깨를 토닥이셨어요. "힘내세요 어머님. 제가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지점장님이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금고실 입구 쪽에 계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전 지점장님을 따라 금고실로 향했어요. 복도를 지나는 동안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발소리를 죽이면서 천천히 걸었죠.

금고실 입구에 도착했어요. 두꺼운 유리문 너머로 안쪽이 보였어요. 그리고 전 그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아들과 수진이가 제 금고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게 보였거든요.

수진이가 금고 번호판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어요. 손에는 종이 쪽지를 들고 있었고요. 그 쪽지를 보면서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르고 있었어요.

"안 돼... 왜 안 열려? 분명히 이 번호가 맞는데..." 수진이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초조함에 가득 찬 목소리였죠.

아들은 수진이 옆에서 서성이고 있었어요. 아들도 온통 신경이 금고에만 쏠려 있었어요. 주변을 전혀 살피지 못하고 있었죠.

"계속 '생체인식이 필요합니다'라고 뜨잖아! 이게 뭐야?" 수진이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어요.

"생체인식? 그게 뭔데?" 아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지문이나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냐? 어머님이 언제 이런 거 설치하신 거야?" 수진이가 화가 난 듯 말했어요.

수진이는 계속 번호를 다시 누르고 또 누르고 있었어요. 손가락이 떨려서 번호를 잘못 누르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아 진짜!" 하면서 짜증을 냈어요.

아들은 금고실 입구 쪽을 힐끗힐끗 보면서 불안해했어요. "수진아 빨리 해. 누가 올 것 같아." 하지만 제가 서 있는 옆쪽 유리문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죠.

"알아! 내가 지금 하고 있잖아!" 수진이가 화를 내면서 다시 번호를 눌렀어요. 그녀의 손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어요.

명품 가방이 바닥에 놓여 있었어요. 가방 옆으로 수진이의 휴대폰이 떨어져 있었고요. 둘 다 급하게 온 티가 역력했어요.

"어머님 혹시 비밀번호 바꾸신 거 아니야?" 아들이 초조하게 물었어요.

"아니야. 내가 확인했어. 분명히 이 번호가 맞아. 근데 왜 자꾸 지문을 요구하는 거야?" 수진이가 금고 화면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말했어요.

제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손에 땀이 가득 났고요. 저 둘이 저렇게 제 금고를 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화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지점장님이 제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어머님 들어가시겠어요?" 전 고개를 끄덕였어요.

전 조용히 유리문을 열었어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요. 그리고 발소리를 죽이면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들과 수진이는 여전히 금고 앞에서 정신없이 번호를 누르고 있었어요. 제가 다가가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죠.

전 그들 바로 뒤 2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왔어요.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저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수진이가 또 번호를 잘못 눌렀는지 "아!" 하고 소리를 냈어요. 그리고 금고를 발로 차려고 하더라고요.

바로 그때였어요.

"여기서... 뭐하니?"

전 나지막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물었어요.

그 순간!

수진이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벌렁 넘어졌어요. 너무 놀란 나머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거예요.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요. 눈은 공포에 질려 크게 떠졌어요. 입은 벌어졌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아들은 더 심했어요. "으악!" 하는 소리와 함께 벌떡 뛰어오르면서 뒤로 물러났어요. 발이 꼬여서 비틀거렸고 옆에 있던 의자에 부딪혀 의자가 넘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어요. "쾅!"

아들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져 바닥에 떨어졌어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깨지는 소리가 났어요.

"엄... 엄마?" 아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고요. 입술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어요.

수진이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그녀의 손이 바닥을 짚고 있었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몸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 어머님...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수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전 두 사람을 차갑게 내려다봤어요. "처음부터. 너희가 금고 번호 누르는 거부터 다 봤어."

아들이 헉 하는 소리를 냈어요.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댔어요.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았어요.

수진이의 손에서 쪽지가 떨어졌어요. 그 쪽지에는 제 금고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어요. 수진이가 어디선가 몰래 알아낸 걸 적어온 거였죠.

"엄마... 이건... 오해야..." 아들이 말을 더듬으면서 변명하려고 했어요.

"오해?" 전 차갑게 웃었어요. "오해가 뭐가 오해야? 너희 둘이 여기서 내 금고를 열려고 하고 있었잖아. 이게 오해야?"

수진이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어요. 하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서 일어나지 못했어요. 다시 주저앉았죠.

"어머님... 저희는 그냥... 어머님 금이... 잘 보관되어 있나 확인하려고..." 수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을 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다 말해주고 있었어요. 들켰다는 공포. 계획이 실패했다는 좌절. 그리고... 아직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악착같음까지.

전 천천히 금고 쪽으로 걸어갔어요. 수진이가 웅크리면서 뒤로 물러났어요. 전 금고 번호판을 보았어요. '생체인식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떠 있었어요.

"이 시스템 말이야." 전 차분하게 말했어요. "일주일 전에 설치했어. 생체인식 시스템. 이제는 비밀번호만으로는 이 금고를 절대 열 수 없어. 내 지문이 없으면 말이야."

아들과 수진이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어요.

"그러니까 너희가 아무리 비밀번호를 알아내도 소용없어. 절대로 이 금고는 열 수 없어." 전 또박또박 말했어요.

수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하지만 그 눈물이 진짜 눈물인지 연기인지 이제는 알 수 없었어요.

바로 그때 지점장님이 들어오셨어요. 그리고 뒤에는... 경찰관 두 명이 함께 들어왔어요.

"경... 경찰?" 아들이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수진이는 명품 가방을 움켜쥐면서 도망가려는 듯 문 쪽을 봤어요. 하지만 경찰관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죠.

전 지점장님께 고개를 끄덕였어요.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점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어머님 CCTV에 다 녹화됐습니다. 이 분들이 금고를 무단으로 열려고 시도한 것. 증거는 충분합니다."

아들과 수진이의 범죄 현장을 제가 직접 목격한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제 뒤에서 다가온 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놀라 뒤집어졌던 그 순간을 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경찰서로 아들과 수진이가 끌려갔고 전 조사에 협조했어요. 경찰관이 CCTV 영상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어요. "어머님 분명하게 금고를 무단으로 열려고 시도한 게 맞습니까?"

전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맞습니다. 제 허락도 없이 제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은행까지 왔어요. 그리고 금고를 열려고 계속 시도했고요."

경찰관이 또 물어봤어요. "고소하시겠습니까?"

전 잠시 망설였어요. 제 아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법의 문제였어요. "네 고소하겠습니다."

재판이 열렸어요. 검사는 수진이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어요. 절도 미수와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였죠. 아들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어요.

하지만 판사는 달리 판단했어요. "피고인 김수진은 명백한 범죄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시도했습니다.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봤어요. "피고인 박준호는 배우자의 사주를 받았다고는 하나 어머니의 재산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었고 범행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징역 1년을 선고합니다."

아들도 실형이었어요. 전 법정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어요. 제 아들이 교도소에 가다니요.

수진이는 판결을 듣자마자 고함을 질렀어요. "이게 말이 돼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시어머니 돈 좀 쓰려고 한 게 죄예요?" 법정 경위가 그녀를 진정시켰어요.

아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법정을 나가면서 한 번 저를 돌아봤어요. 그 눈빛에는 후회와 미안함이 가득했어요.

아들과 수진이는 각각 다른 교도소로 수감됐어요.

처음 한 달은 전 아들을 면회 가지 않았어요. 솔직히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제 아들인데요.

교도소에 면회를 갔어요. 투명한 칸막이 너머로 아들이 들어왔어요. 머리를 짧게 깎고 죄수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아들은 전화기를 들더니 첫마디로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미안해." 그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그저 아들이 우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죠.

"엄마 나 정말 잘못했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수진이 말만 듣고 엄마를 배신했어. 정말 미안해." 아들이 울면서 말했어요.

"준호야..." 전 겨우 입을 열었어요. "너 지금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니?"

"네 엄마. 여기 와서 매일 생각해요. 내가 엄마한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엄마가 날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그런데 난 엄마 돈만 생각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날 면회 시간 내내 아들은 울었어요. 그리고 전 그 눈물이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얼마뒤 교도소 안에서 수진이가 아들한테 이혼 서류를 보냈대요. "당신 때문에 내 인생 망쳤어요. 더 이상 당신하고는 1초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이혼해요."

아들은 이혼 서류에 바로 서명했어요. 그리고 손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서류에도 수진이가 서명했대요. "애는 당신이 키워요. 난 관심 없어요."

이혼이 성립됐어요. 아들은 홀아비가 됐고 수진이는 자유의 몸이 될 날만 기다리게 됐죠.

아들은 교도소에서 모범수가 됐어요. 교도관들 말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다른 수감자들을 도와준대요. 그리고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한대요.

아들은 형량의 3분의 2를 채우고 8개월 만에 가석방됐어요. 모범수였기 때문이에요.

출소하는 날 전 교도소 앞에서 아들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손주도 데려갔어요. 이제 세 살이 된 손주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있었어요.

철문이 열리고 아들이 나왔어요. 8개월 만에 본 아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얼굴은 여위었지만 눈빛은 더 맑아졌어요.

아들은 저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어요. 교도소 앞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어요.

"엄마 죄송합니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아들이 땅에 이마를 대고 울었어요.

전 아들을 일으켰어요. "일어나 준호야. 이제 됐어. 엄마가 용서했어."

"엄마..." 아들이 저를 안았어요. 그리고 한참을 울었어요. 저도 아들을 안고 같이 울었어요.

손주가 아빠를 처음 보고 낯설어했어요. "할머니 이 사람 누구예요?"

아들이 무릎을 꿇고 손주와 눈높이를 맞췄어요. "나는 네 아빠야. 아빠가 그동안 잘못을 뉘우치고 왔어. 이제 아빠가 너를 잘 키울게."

집으로 돌아왔어요. 전 아들과 손주를 제 집으로 데려왔어요. "준호야 당분간 여기서 같이 살자. 넌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애도 봐야 하니까 엄마가 도와줄게."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감사합니다 엄마."

그날부터 저희 셋의 생활이 시작됐어요. 아들은 전과자가 됐기 때문에 예전 회사로 돌아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작은 물류 회사에 취직했어요. 연봉은 예전의 절반밖에 안 됐지만 아들은 불평하지 않았어요.

"엄마 제가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밑바닥부터 열심히 해서 다시 일어설게요." 아들이 말했어요.

전 아들이 자랑스러웠어요. 비록 교도소를 다녀왔지만 아들은 진짜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요.

아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했어요. 그리고 밤 9시에 퇴근했어요. 힘든 일이었지만 아들은 열심히 했어요.

퇴근하고 오면 손주를 목욕시키고 재우는 것도 아들 몫이었어요. "엄마가 낮에 애 봐주시니까 전 이 정도는 해야죠."

전 손주를 낮에 봐주고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줬어요. 비록 힘들었지만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손주는 점점 아빠를 따르기 시작했어요. "아빠! 아빠!" 하면서 아들이 퇴근하면 뛰어가서 안겼어요.

시간이 흘러 지금 전 예순여덟 살이 됐어요. 손주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됐고 아들은 물류 회사의 팀장이 됐어요.

저희 셋은 여전히 같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행복해요.

수진이는 형을 다 채우고 출소했대요. 하지만 저희는 그 이후로 그녀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어요. 아마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을 살고 있겠죠.

제 금은 여전히 은행 금고에 있어요. 조금 이르지만 저는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어요. 제가 죽으면 그 금의 절반은 고아원과 양로원에 기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손주의 교육비로 쓰라고요.

지금 이 순간 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요. 손주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이 시간이 60억짜리 금보다 더 소중해요.

여러분도 가족을 소중히 여기세요.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가족은 잃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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