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순환 - 닷밀 정해운 대표
치유와 화해는 상처와 갈등을 전제로 합니다.
치유가 이뤄졌다는 것이 상처의 사라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오는 7월 12일까지 진행되는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 ‘광장: Beyond The Movement’에 전시 중인 작품 ‘치유의 순환 : Circle of Cure’의 기획의도 입니다. 무려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많은 화해와 치유가 이뤄졌다고 한 들 그 상처는 여전히 마음속에 음각되어 있음을 이야기 해보고자 했습니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새겨진 선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후 공간 전체를 선들이 에워싸고 그 위로 파티클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흑백의 선은 상처를 의미하며, 파티클은 갈등을 이야기 합니다. 음각되어버린 상처 위에서 갈등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분수대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꽃잎이 퍼져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서 퍼져가는 꽃잎은 상처의 치유와 화해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그 아래의 선과 파티클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반시계 방향의 순환을 이어갑니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픔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전시관의 수많은 사람들은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은 뛰어놀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반응들이 바로 미디어아트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발짝 떨어져 관람하는 것이 아닌, 작품 속의 주체적 인물이 되어 온전히 경험하고 나아가 개인의 사유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아트 작품 '치유의 순환'을 제 개인작품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이현선 팀장의 조율 작업이 있었고, 영상작업을 함께 해준 정인 실장과 장보빈 디자이너 덕분에 보다 멋진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광주에 직접 내려가 현장을 책임져 준 김귀태 팀장이 없었다면 시간에 맞춰 작업을 완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 역시 이러한 많은 분들의 도움과 그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작품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감정으로 만들어진 치유의 순환을 찾아온 관객들이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신의 상처를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