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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닷밀 Jul 30. 2018

오직 디자이너를 위한 프로젝션 맵핑 시뮬레이터

맵핑 뷰 시뮬레이터 제작기 – 닷밀 김관종 테크니컬 디렉터

닷밀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준비를 시작할 당시, 선행 과제는 ‘효율적인 제작과정의 구축’이었습니다. 몇 달의 시간 동안 우리는 아트웍을 만들고, 수정하고, 때때로는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끝없는 ‘제작과 수정의 반복’을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바로 완벽한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만들고 수정하고 또 다시 만들고


프로젝션 맵핑 작업에 활용되는 시뮬레이션 방식은 약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매번 현장에 가서 직접 프로젝터를 출력

모형 스타디움을 만들어서 축소 맵핑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상의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없이 노하우를 믿고 제작


처음에는 우리도 소규모의 모형 스타디움을 제작하는 방식을 고려했지만, 그 과정 역시 하나의 ‘일’이 되는 만큼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라 판단했습니다. 평창의 올림픽 스타디움을 매번 직접 찾아가는 것 역시 불가능했기에, 자연스레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결정했지요.




시뮬레이터를 직접 만들어보자

관련 업계 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 시장에는 ‘Mapping Matter’와 같은 프로젝션 맵핑 시뮬레이터가 존재합니다. 분명 훌륭한 프로그램이지만, 아쉽게도 어느 정도의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분들이 사용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시뮬레이터입니다. 


결국 디자이너분들이 완성한 아트웍은 테크니컬 팀에게 전달이 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를 다시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연적입니다. 제게 아트웍을 넘기지 않고도 모든 닷밀 팀원들이 자유롭게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이 ‘효율성’을 위해서는 직접 시뮬레이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Mapping Matter' 홈페이지 캡처 - 훌륭한 프로그램이지만 기술적 활용에 집중돼 있다




디자이너를 위한 시뮬레이터

닷밀 아트 팀장님과 함께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답사를 했던 날, 우리는 꽤나 많은 문제점에 직면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그라운드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는데, 한눈에 개폐회식 무대를 담아낼 수 있는 좌석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각각의 관객들은 모두 자신의 시야에 맞춰서 한정된 무대를 볼 수밖에 없던 겁니다. 


두 번째는 경기장 위에 설치한 ‘스파이더 캠’의 시점에서 무대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위치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와이어 캠이었기에 우리는 각각의 위치마다 무대가 어떻게 보일 지를 확인해야만 했죠. 


모든 좌석이 한 눈에 무대를 볼 수는 없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아트 팀장님에게 해당 부분들을 모두 적용해서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팀장님은 매우 필요한 기능이라고 반색했습니다. 그렇게 시뮬레이터의 개발 방향성이 정해졌고 이후로도 팀장님과 계속해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기능과 UI는 평창 동계올림픽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닷밀 디자인팀을 위해 작업됐습니다.


우선은 앞서 나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하는 방향과 위치가 어디든 사람의 시야에 맞춰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스타디움에 설치된 각각의 프로젝터를 끄거나 키는 기능과 밝기를 약하게 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무대 조명과 ‘엠비언트 라이트’와 ‘조도 조절’까지 모두 가능하도록 준비했습니다. 또한 어디서도 참고할 전례가 없던 ‘미디어 컬럼’을 개별적으로 조작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했지요. 


상승하는 기둥 '미디어 컬럼'


UI는 최대한 ‘하위 탭’을 지양하기로 했습니다. 따로 기능을 배우지 않더라도 한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하도록 기능들을 배열했습니다. 이 밖에도 서버를 거치지 않고 영상을 출력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터 자체에 거의 모든 포맷을 넣어 놨지요. 그렇게 따로 설명서를 보거나 설명을 듣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완성됐습니다.





완성, 그 후


시뮬레이터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는 중입니다.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어떠한 형태의 3D 공간이라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겠죠. 여기에 추가적으로 라이팅, 포그, 레이저 등과 같은 특수효과들까지 함께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제가 구상한 대로 완성만 된다면, 닷밀이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 테마파크를 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미리 완성해 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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