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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닷밀 Oct 05. 2018

하나의 건물이 예술작품이 되기까지

국내 최대 미디어아트의 탄생 – 닷밀 이희원 디자이너, 안세화 PM

지난 9월 21일, '파라다이스시티'와 혼합현실 전문기업 '닷밀'이 함께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TIP-TOP MEDIA FACADE SHOW를 선보였다. 550평, 8K 해상도, 30여분의 러닝타임 등 규모로서는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에서 '프로젝션 맵핑'을 선보이기는 했으나, 이번 쇼는 상설로 운영되는 만큼 그 결을 달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디어 파사드 쇼를 제작한 닷밀은 앞서 언급한 평창 동계올림픽뿐만 아니라 ‘삼성 갤럭시 언팩’, ‘광주 유니버시아드’등의 메가 이벤트를 담당해왔던 회사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사실 닷밀의 이번 프로젝트의 이펙트가 조금 작게 다가오는 느낌도 있다. 그만큼 닷밀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여럿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입찰 과정에서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프로젝트를 책임진 이희원 디자이너와 안세화 PM의 생각은 다르다. 파라다이스시티와 함께 만들어낸 미디어 파사드 쇼는 닷밀에게 있어서도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로 분류해야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해당 프로젝트가 상업적 결과물이 아닌, 예술작품을 목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닷밀 안세화 PM(왼쪽), 이희원 디자이너(오른쪽)



닷밀에서 꽤나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다


이희원 디자이너 (이하 이 디자이너) : 닷밀이라는 곳이 워낙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하는 곳이다 보니, 공백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게다가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라 언팩 행사, 뮤지컬, 올림픽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대부분 참여해왔다.

안세화 PM (안 PM) :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정상회담 환송 공연’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단독 프로젝트로는 현충원의 ‘호국전시관’ 등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는데


안 PM : ‘파라다이스시티’는 세계적인 예술 전시공간으로의 가치를 인정받는 호텔이다. 그들이 바라는 콘텐츠의 방향성 역시 다를 것이라 판단했다. 단순히 보기 좋은 영상들의 나열이 아닌, 건물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렇다 보니, 입찰 과정에서부터 기존 콘텐츠와는 다른 방향성으로 접근해야만 했다.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어서 설득해야만 했으니까. 


닷밀 안세화 PM


이 디자이너 : 결론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었기에, 회의의 시작을 각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작업물을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은 우리는 톤을 잘 쓰고, 환상적 표현들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후에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개성에 맞는 키비주얼을 뽑았고, 각각의 아트에 연결성을 찾아 스토리를 완성했다. 



쇼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안 PM : 쇼를 관통하는 주제는 ‘노스탤지어’다. 과거의 향수를 ‘조각’으로 형상화했고, 조각을 찾아 떠나는 거인의 여정이 가장 큰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축으로서 기능을 할 뿐, 각 챕터들은 모두 고유한 개성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구성이 필요했던 이유는 30분이라는 쇼의 러닝타임이 한몫을 하고 있다. 쇼를 중간부터 관람하더라도 해당 씬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챕터는 각자의 개성을 가진다 (테스트 영상)


이 디자이너 : 이번 미디어 파사드의 궁극적 목표는 어디까지나 예술작품이었기 때문에, 직관적 표현보단 은유적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들이나 배경 역시 모두 초현실적인 표현들로 가득하다. 거인과 고래, 밀림과 건물의 뒤틀림 등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이미지들은 물론이며,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는 독특한 시간 배열도 특징이다. 굳이 스토리와 메시지를 쫓지 않더라도, 그때그때의 이미지와 감성을 느낀다면 분명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작업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 디자이너 : 작업시간은 짧고, 8K의 해상도가 필요했다. 렌더링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랜더팜’이 없었다면 한 씬에 30일은 계산해야 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사실 더 열악했던 경우들이 많았던 덕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다. 작업 경력이 많은 인력들로 프로젝트 팀을 꾸렸고, R&D팀까지 합류해서 높은 퀄리티로 완성할 수 있었다.


닷밀의 흔한 회의모습 _ 닷밀 정해운 대표


안 PM : 물론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고충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수월했다. 보통 기획팀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스토리 기획 보다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과 우리의 충돌을 최대한 중재하는 것인데, 그 중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의견을 많이 반영해 주었다. 또한, 3D 프린팅으로 축소판 원더박스에 빔 테스트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아트웍을 체크했던 점들이 모여 좀 더 견고하고 완성도 높은 미디어 파사드 쇼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슈가 있었다고

이 디자이너 : ‘원더박스’ 건물 자체가 일반적인 건물과는 다르게 사선으로 꺾인 비 정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게다가 건물의 외벽은 비 규칙적인 사각형의 나열로 꾸며져 있는데, 이를 디자인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건물 외형의 비 규칙적 모습이 가진 그대로의 조형미를 살리면서 완성도를 높여야만 했으니까. 이 이슈를 해결해내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많은 회의가 오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실제 목업을 통한 최대한의 테스트로 완성도를 높여갔다.


실제 목업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파라다이스시티라는 파트너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안 PM : 좋고 싫음에 대한 평가가 확실하며, 콘텐츠 자체를 높은 가치로 바라보는 곳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해 단 한 번의 스톱이 없었기에 우리의 진정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다.

이 디자이너 : 큰 회사임에도 수용의 자세가 놀라운 수준이다. 디자이너의 작업을 그 자체로서 매우 존중해주는 곳이다. 혹시나 마지막에 가서 말을 바꾸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계속하게 만드는 정도.


닷밀 이희원 디자이너


끝으로 결과물을 평가해 본다면


이 디자이너 : 디자이너들은 각자 원하는 작업을 개성 있게 만들어냈고, 클라이언트는 만족했다. 결과물도 의도한 대로 나왔고, 팀원들의 불화도 없었다. 첫 팀장 업무를 맡았다 보니, 미숙의 이유로 내 작업물에 대한 시간 투자가 부족했던 게 아쉽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안 PM : 현시대에 가장 팬시한 미디어 파사드 쇼라고 생각한다. 닷밀의 뛰어난 팀원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라, 예술성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많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기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많이들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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