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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제 Feb 21. 2024

연재를 시작하며

작가의 말

<소치에서 33일>은 치열하게 일했던 경험이 한 사람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에세이이자, 그 경험이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돌아보는 회고록이다.


10년 전, 첫 직장에서 소치올림픽 국가대표 파견 실무를 담당했다. 어렸을 때 꿈꿨던 일이지만, 만 스물일곱, 입사 2년 차 초반에 너무 큰 업무를 맡았던 걸까. 올림픽 이후 여러 번 번아웃을 겪으며 그다음 해 퇴사하게 되었다. 꿈을 이뤘던 순간이 꿈을 접게 된 순간이 된 것이다.


선발대로 파견을 떠나 선수단 해산일까지 33일 동안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였다. 조직위원회와 업무를 조율하고, 선수단과 숙소를 운영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했다.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몰입하고 남김없이 나를 쏟아냈다.


대회 준비 기간부터 종료 후 몇 달까지, 성취감과 실망감 사이에서 끝없이 헤매야 했다. 대회 개막식에 입장할 때, 첫 메달이 나왔을 때처럼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다.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홀로 처리할 때, 외부 인사 의전을 위해 새벽에 기다릴 때처럼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많았다.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 무사히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강렬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반면, 조직과 사람에 대한 실망감은 점점 커졌고 마음 깊은 곳에 허무함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일을 진정 내가 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이뤄야 할 다음 일은 무엇일까?", "이번 경험보다 더 설레는 일이 있을까?", “이 일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걸까?”, "다음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이 회사에 과연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까?” 등 복잡한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이 경험은 분명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10년이 지난 후에야, 그 기억을 나만의 언어로 담아보려 한다.


소치 올림픽 준비 과정, 대회 기간, 대회 후의 업무 이야기를 중심으로, 관련된 다양한 일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엮으려 한다. 매주 수요일, 총 12회 연재로 기획했으며, 연재를 진행하며 연재 분량이나 목차는 수정될 수 있다. 


1부에서 2부까지, 대회 준비 기간과 선발대 업무를 돌아본다. 3부에서 6부까지는 대회 개막부터 대회 중반까지의 일, 7부에서 9부까지는 김연아 선수 사건과 대회 마무리 시기를 돌아본다. 10부에서는 대회 종료 후 이야기, 귀국 후 느낀 감정을 이야기한다. 11부에서는 김연아 선수 제소 사건과 대회 결산 업무를 돌아보며, 마지막 12부에서는 글을 쓰며 찾아낸 ‘소치에서의 33일’의 의미를 쓴다.


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과연 행복할까? 일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가능할까? 일에 진심인 독자 분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일과 삶을 의미를 돌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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