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는 날

Part.2 -한 여자의 님편-

by 아인파파

결혼식은 어떤 의미일까?
보통은 한 쌍의 커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알리는 날로 여긴다.
이는 당사자들 입장에서의 의미이다. 하객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니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
물론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는 거시적인 목적에서는 같다. 여기에 부가적인 목적이 저마다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랜만에 지인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짝을 찾으려 할 것이고.
또 다른 축하를 받기 위해 가는 사람도 있다.

맛있는 한 끼를 위한 사람도 일부 있지 않을까?(나는 아니다.)

이를 확인하는 일상적인 대화가 있다.
"너 ㅇㅇ 결혼식 갈 거냐?"
"신부 친구들 많이 온다는데?"
"가야지 우리할 때도 오지"

늘 하객의 입장이었던 내가 2013년 10월 19일 주인공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까지 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예복을 입었다. 커피를 마시며 신부를 기다릴 때 사촌 동생이 물었다.
"형? 어때?"

사실 실감이 안 났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상대하고, 약속된 것들과 동선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히려 전날 밤 설쳤을 때가 더 컸다.
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식전에는 하객을 맞이하고, 사진 찍느라.

식후에는 감사 인사하느라.

뒤풀이 때는 술 때문에.
그렇게 나의 결혼식이 지나갔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뚜렷하지가 않다.
다들 그럴까?

그 전까지의 준비와 걱정, 기대, 설렘의 결과 치고는 기억이라는 시험에서 0점이었고, 7년 동안 그랬다.


하지만 최근 다녀온 결혼식에서 다른 생각을 했다. 기억이 안나도 좋다고.
이유는 "나의 결혼이 많은 것들을 하나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와이프와 하나가 되었고.
두 집안을 하나로 만들었으며.
일가친척들을 한 자리로 모았다.
어떠한 부가적인 목적을 가진 하객들 또한 축하라는 더 큰 하나의 목적을 주었다.

당시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결혼 자체 만으로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결혼식 의미에 있어 전제가 아닌가 싶다.


남편 역의 시작 날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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