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프로게이머할 생각 없나?

Part.4 -한 가정의 가장-

by 아인파파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한 판의 게임 속에서도 수 십, 수 백번의 선택이 찾아온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한 때 프로게이머를 꿈꿨다. 실력 또한 그랬었다.

수능을 보기 전날에도 했으니 말 다한 게 아닌가.

게임 시작과 함께 scv를 어느 미네랄에 퍼트릴 지부터 서플라이 디팟을 어디에 지을지.

배럭은 언제 지을지.

정찰을 보낼지. 확장을 할지.

1분 1초가 선택의 순간이었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왔다.

이기면 온몸에 희열이 퍼졌지만, 졌을 땐 10분 전을 회상하며 후회를 했다.

"아... 본진을 공격했어야 했는데... 다시 하면 이길 수 있어!"


누군가에게는 "고작 게임 한 판에?" 일 수 있지만, 그때의 나는 게임을 즐기려는 보통의 사람과는 달리 미래를 생각했었다. 게임을 생각하는 정도가 달랐다.


하지만 나는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 그냥 다른 것이 더 하고 싶어 졌다. 시간을 돌려 그때로 돌아간다면? 역시나 이다.


어차피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이 10년이던 10초던 말이다. 그래서 후회를 하고, 반성도 한다.

특별함 없이 지내온 나는 수 천판의 게임을 통해 책임과 후회, 반성을 배운 것 같다.




그러던 2014년 어느 날.

나는 일생일대의 선택 앞에 서있었다.

이제 막 결혼한 초짜 가장이 가정의 미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5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려 한 것이다. 심지어 경쟁업체로 말이다. 1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지점을 맡아 운영할 수도 있었고, 일도 재미있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미쳤다고 할 거다.


왜 쉽게 갈 수 있는 등산로를 두고 암벽을 선택했을까?


나의 선택에 있어 결정적으로 작용한 요소는 기회였다.

회사는 1년 뒤를 기약했지만 나는 이미 자신감이 차 있었다. 그런 내게 회사보다 1년 앞서 누군가가 제시를 한 것이다. 선택에는 2가지가 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만든 선택권이 하나이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선택권이 다른 하나이다. 예를 들어보자. 두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둘 중 어느 회사에 입사할지는 내가 만들어 낸 선택권이다. 이것이 전자의 선택권이다. 후자는 회사에서 먼저 입사 제안이 들어왔을 때를 말한다. 후자의 경우는 스스로 만든 선택의 범위를 넘어 생각지 못한, 갑작스런 선택권인 것이다.


이것을 흔히 기회라고 한다.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는데, 나 역시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감은 있었으니 남은 건 나를 믿고 가족이 되어준 아내를 설득시키는 일이다. 그녀가 나를 또 한 번 믿어줬다. 기회, 자신, 믿음이 하나가 된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여지없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다른 선택권이 나를 유혹할 때까지 말이다.




다시 돌아가 보자.

내가 프로게이머를 꿈꿨을 때로.

다른 것이 더 좋아지기 전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면?

"자네 프로게이머 해볼 생각 없나? 내가 도와줄께."


"음..."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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