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아빠

Part.3 -한 아이의 아빠-

by 아인파파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아내에게서 영상을 하나 받았다. 역시나 아이와 찍은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아내는 세 살 아들에게 물었다.


"아인아. 아빠가 좋아? 연아가 좋아?"


아들은 수줍은 목소리로, 나나라고 말했다. 에이 장난친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들어 직접 확인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와 아침을 함께하면서 조용히 물어봤다. 괜히 물어봤다. 친구가 더 좋단다. 삐친 척을 했더니, 그제야 아빠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순위는 엄마도 아닌, 아빠. 바로 나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닌데, 왜 밀려난 건지는 모르겠다.


세 살 아이가 뭘 알고 판단하겠냐고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하는 게 우리들 마음이다. 또한 누가 좋냐는 말은 아이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아이의 말이 진짜라는 것이다. 아빠의 입장으로서 처음 겪다 보니 서운함을 넘어 충격스러웠다.


"내가 너랑 얼마나 놀아줬는데..."

"엄마 몰래 간식까지 챙겨줬는데..."


그 뒤로 매일매일 물어봤지만,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면서, 혼자 앞날을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앞으로도 아이는 친구를 더 좋아할 것 같다. 자신과 같은 시선에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친구이다. 물론 부모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척이나 어렵다. 어렸을 때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공유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부모보단 친구나 동료들이 편하다.


이렇듯 우리는 커 가면서 부모와는 점점 멀어져 간다. 서로를 공유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이성과의 문제, 금전적인 문제, 일에 있어서의 고민을 부모와 공유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자식 된 입장에서는 부모에게 걱정을 끼친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아빠와 아들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중학생 때부터 이미 그랬던 것 같다. 용건이 있어야만 아빠에게 연락을 하거나, 말을 했었다. 지금도 사춘기 소년처럼 대답도 단답형으로 네, 아니오 로만 답한다. 아빠와의 추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부자지간이 나와 비슷한 관계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부자지간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느낌이 있다. 서로 간의 믿음이라고 해야 할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알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빠는 내가 무엇을 하든 묵묵히 바라봐 주시고, 조용히 지켜봐 주셨다.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았어도 그냥 그 자체만으로 나를 믿어주신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나의 아빠는 나에게 있어 든든한 지원자였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그 역할이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아빠 역할까지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즉, 아빠는 아빠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아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정하고, 바꿔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욕심이 크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아이에게서 만큼은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싶다. 든든한 지원자와 함께,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이미 지원자는 하고 있다. 문제는 친구였다. 세 살 아이와 친구가 되려면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했다.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지 않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해보기 시작했다.


먼저 아이가 가지고 노는 캐릭터 장난감의 이름을 모두 외웠고, 아이가 이름을 물어볼 때는 답해주고, 아이가 놀이를 할 때는 캐릭터로 빙의를 해서 놀았다. 아이가 물을 쏟았을 때, 같이 쏟고 아이와 함께 닦았다. 아이가 점프를 뛸 땐, 같이 뛰고... 기어갈 땐, 같이 기어가고... 춤을 출 땐, 같이 췄다.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먹을거나 만화를 틀어주고, 핸드폰만 보던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이런 아이와의 교감이 커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아내에게서 온 영상 하나가 아빠로서의 역할을 바꾼 것은 말이다.


"아인아~ 오늘도 친구(아빠)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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