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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Aug 11. 2020

세 번의 퇴사와 한 번의 창업 (2)

벤처기업 멤버에서 창업멤버, 창업을 하기까지

대표인 부서장님은 여러 가지 사유로 나보다 거의 1년을 늦게 퇴사하셨고, 그동안 나는 퇴사 전 드디어 내가 한 한 건인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지속해나가며, 그야말로 버티고 있었다.

사업적 성과, 즉 매출은 거의 없어서 불안했으나 작은 성과들이 이어져 간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3년을 근무했다.


사실 창업 계획부터 알고 있었고, 그 과정의 일부를 보았지만 대표님과 비슷한 연배의 세 분이 함께 창업을 준비한 것이니 나는 창엄멤버라기보다 창업 초창기에 들어간 직원에 가까웠다.

이제 40대 남성 세 분이 각자의 직업을 유지한 채, 설립한 회사의 초창기 직원이라니 :)... 대부분 뜯어말릴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나는 너무 자신감이 넘쳤다. 


연구비 문제로 협력하던 회사의 기업 대표와 당돌하게 언쟁을 벌이기까지 했던 나는, 기업 초창기 직원으로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놓이고 고민하며, 또 참고 싸우기도 하고, 포기하는 과정을 거치며 참으로 많이 배워왔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창업에 대한 꿈은 없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창업을 해야 한다면, 창업을 하겠다!는 주의였다. 


결정적으로 퇴사한 계기는, 사장님과의 소통 부재, 그리고 기존 계획과 너무 상이한 업무 내용이었다.


3년간의 근무시간 동안 사람은 조금 늘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보이지 못했고, 대표님의 가장 강점이자, 정말 간절히 배우고 싶었던 부분인 사람과의 대화 방식, 사람을 노동력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 신뢰를 잃고 있었다. 

어쩌면 창업한 대표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 수 있지만, 내가 이 회사에 합류한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소통의 부재는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그 다음은, 업무의 방향이었다. 

영양학을 전공한 이래로 나는 계속 '서비스'분야에 대한 꿈을 꾸었다. 대상을 파악하고, 영양학적으로 필요한, 그리고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파악하고, 제공하고 효과를 분석하고.. 업무 내용은 달라도 큰 틀에서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었다.


서비스 분야로 창업을 하면, 서비스가 실현되고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상당히 버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막 창업한 이 회사에서는 서비스에 깊게 파고 들어가 기획하는 사람이 없었고,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내부적으로는 얘기가 오고 갔지만 아마도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년이 지나니 가치관에 혼동이 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는 특정 식품이나 음식이 '당뇨에 좋다' '다이어트에 좋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깊이 파고들어있는 내 신념이자 가치관이었다. 


언제나 균형식이 중요하고, 특정 음식이나 식품이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고 얘기했으며, 주변의 누구에게도 그런식의 카운셀링이나 식습관을 제안 해 본 적이 없었다. 


식품에 해당하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 제품이 어디에 좋은지,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팔 수 있는지 끊임없이 말(흔히 말하는 마케팅 문구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나는 너무 괴로웠다.




수 많은 면담 요청을 하고, 대표님께 몇 차례 하소연도 하고 몇 시간씩 대화를 거친 후

결국 이 곳 생활이 정말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퇴사를 했다.


회사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곳은 아닌데, 하루의 1/3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면 인생이 정말 괴로워진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저 깔끔하게 퇴사할 수도 있었는데, 퇴사를 한다는 말을 하기까지 몇 번의 면담을 요청하고 나름 이해해보려는 과정을 거쳤던걸 보면 나도 꽤나 애정이 있는 곳이었던 거 같다. 


창업을 한 지금은 때때로 그때 대표님이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서 퇴사한다는 말이, 그 대표님께 상처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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