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세상의 모든 봄을 담다, 당신의 봄은 어떤가요?

by 도토리샘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앙상했던 나뭇가지 끝에서 연두빛 새싹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새소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봄은 언제나 이렇게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찾아온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설렘을 안겨주는 계절이다. 지난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모든 것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이 시기가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썩인다.


어린 시절, 봄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겨울 내내 실내에서만 체육 수업을 하다가, 드디어 밖으로 나와 공을 차고 달리던 그 자유로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실 창가에 놓인 화분에서 피어나던 제비꽃의 보랏빛이, 그리고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도시락의 따스함이 봄이었다.


청년이 되어서는 봄이 달라졌다. 봄은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 되었다. 대학 입학식의 설렘, 첫 직장에서의 긴장감, 새로운 도전을 앞둔 기대감이 모두 봄과 함께였다. 벚꽃이 흩날리는 캠퍼스를 걸으며 꿈꾸었던 미래가,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이의 따스한 미소가, 퇴근길에 우연히 들른 공원의 잔디 향기가 봄이었다.


이제는 봄이 조금 더 깊어진 의미로 다가온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베란다의 화분에 물을 주는 일상이 봄이다. 주말 오후, 가족들과 함께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나누는 대화가 봄이다. 장보기를 가다 우연히 마주친 진달래의 분홍빛에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이 봄이다.


봄은 또한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겨울이 아무리 길고 춥더라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보상이 있다는 것을. 첫 새싹이 돋아나고, 꽃봉오리가 맺히고, 마침내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과정이 우리 삶과 닮아있다.


때로는 봄이 너무 성급하게 찾아올 때도 있다. 이른 봄날의 꽃들이 늦서리에 시들어버리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봄이 주는 교훈일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실패와 좌절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거름이 된다는 것을.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특히 감상에 젖게 된다. 창밖으로 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 비가 대지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음을 상상한다. 봄비 특유의 촉촉함과 그 향기는 어떤 계절의 비와도 다르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도시의 봄은 조금 다르게 찾아온다. 높은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봄볕, 아스팔트 틈새로 피어나는 민들레의 강인함, 출퇴근길에 스치는 봄바람의 터치가 도시인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비록 자연 그대로의 봄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속에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올해의 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어쩌면 작년과 비슷할 수도, 혹은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봄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의 용기를, 변화의 기회를, 그리고 성장의 가능성을 가져다준다.


창가에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하늘은 봄의 황혼이 만들어내는 파스텔 톤으로 물들어가고, 서서히 밤이 찾아온다. 오늘도 봄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봄의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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