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앞이 막막한 당신을 위한 글

행군에서 얻는 지혜

by 더블와이파파

군대 시절,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훈련은 아마도 행군이었다. 돌이켜보면, 체력의 한계보다 더 힘들었던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었다. 몸은 분명 지쳤지만,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다’는 감각은 분명 있었다.


진짜 고통은 도착지가 보이지 않는 데서 왔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얼마나 남았는지’를 말해주지 않았다. 앞을 보면 끝없이 이어진 길뿐. 그 길은 내 마음을 서서히 지치게 했다. 몸이 기억하는 시간, 마음이 따라가는 시간, 그리고 흘러가는 물리적인 시간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찾은 방법은 단순했다. 멀리 보지 않는 것. 그저 앞사람의 뒤꿈치를 보며 걷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리듬에 내 걸음을 맞추며 아무 생각 없이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잡념도 줄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뒤에서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내가 건넨 말은 이랬다. “너무 멀리 보지 마.” “앞사람 발걸음에만 집중해.” 행군이 끝났을 때 깨달았다. 결국 도착은 멀리 본 사람보다, 지금의 걸음에 집중한 사람이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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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식은 지금의 내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앞이 보이지 않고, 계획도 성과도 불투명할 때가 있다.

1년 후, 5년 후를 상상하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이렇게 해서 될까?” “내가 가는 길이 맞긴 할까?” 그럴 땐 군대에서의 행군을 떠올린다. 멀리 보지 말고, 오늘 하루를 최대 목표처럼 살아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막연함은 줄어들고, 버틸 수 있는 리듬이 생긴다. 계획은 중요하지만, 계획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다. 계획은 미래의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의 걸음은 현실이다.


하루에 몰두하다 보면 길은 어느새 줄어 있고, 시간은 흘러가 있고, 나는 어느 지점에 도착해 있다. 도착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곳에 이르게 만드는 지금의 ‘걸음’이 중요하다. 지금의 걸음이 쌓이면 내 안에 단단함이 만들어진다. 그 단단함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진짜 나를 만든다.


어쩌면 성공이란 도착지 그 자체가 아니라, 도착을 향한 과정에서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데 진짜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 오늘도, 멀리 보지 않고 지금의 걸음을 제대로 걷는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았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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