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인 중 한 명은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고, 신념도 강해서 1년이면 합격할 줄 알았다. 하지만 1년이 2년이 되고, 2년이 3년이 되면서 낙담의 깊이도 점점 깊어졌다. 3년째엔 면접에서 탈락했고, 이후엔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어느새 10년. 부모님조차 이제는 포기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정작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던 시간이 10년이 지나니, 주변 사람들과 가까운 가족들도 서서히 지쳐갔다. 끈기의 신념으로 끝까지 해 내는 것과, 안될 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돌아서야 하는 두 가지 명제 속에서, 정작 당사자는 제일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때론 실력을 쌓기보다는 이유와 변명을 쌓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사실을 당사자는 모른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를 접는 순간은 대개 더 이상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찾아온다.
누군가가, 나에게서 멀어지는 이유는 복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자주 오던 연락이 줄고, 대화가 짧아지고, 더는 먼저 안부를 묻지 않는다. 그 변화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감각은 살아가며 반드시 익혀야 할 것이다.
멀어짐의 이유를 알 수 없을 땐 대부분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날 말이 너무 무뚝뚝했나." "혹시 내가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나에게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때 사람은 관계에서 멀어진다. 기대는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기대가 사라졌다는 건, 그 사람과 더 이상 함께할 이유가 흐려졌다는 뜻이다. 더 이상 새롭지 않고,
더 이상 의지가 되지 않으며, 함께할 필요도 사라질 때, 관계는 저절로 소멸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작은 ‘마음’이지만, 머무름은 결국 ‘실력’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의외로 냉정해서 공짜로 내어주는 건 없고, 실력이 없는 사람 곁엔 사람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