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은 결코 종착지가 되어선 안 된다
먼저 밝혀둔다. 이 글은 어떤 출판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하려는 글이 아니다.
“POD 출판이 좋다”거나 “출판사 출간이 정답이다” 같은 결론도 없다.
다만 두 방식을 비교해 보며, 지금 이 글을 쓰던 그때의 나처럼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작은 판단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처음 책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고민에 부딪힌다.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알겠다.
책을 쓰는 일과 그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전혀 다르다.
지금은 출판 방식도 제법 다양해졌지만, 큰 줄기로 나누면 두 가지다.
하나는 POD(Self-Publishing, 주문형 출판) 방식,
다른 하나는 기존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는 방식이다.
POD 방식의 대표적인 예는 교보문고의 ‘바로출판’이다.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POD는 ‘Print On Demand’,
즉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 권씩 인쇄되는 방식이다.
직접 원고를 쓰고, 편집하고, 표지를 디자인한 뒤 ISBN을 등록한다.
판매를 신청하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제작되어 독자에게 배송된다.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자유도다.
오롯이 내 글, 내 판단, 내 의도로 책을 낼 수 있다.
빠르면 2~3주 만에 출간할 수 있고, 초판 1,000부 같은 압박도 없다.
필요하다면 단 3권만 인쇄해도 된다.
재고, 창고비, 반품 같은 단어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있다.
무엇보다 출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디자인을 직접 하거나 무료 템플릿을 이용하면 실질적인 지출 없이도 책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여전히 출판사를 선호할까?
출판사를 통한 출간은 말하자면 ‘공인된 출간’이다.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내고, 기획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출판사가 책 제작 전 과정을 주도한다.
기획부터 교정, 디자인, 인쇄, 유통, 마케팅까지. 작가는 대부분 원고에만 집중하면 되는 구조다.
특히 기획 출간이라면 출판사가 방향을 제시하고 내용과 구성에 깊이 개입해 책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요즘은 ‘반기획 출간’이라 하여 작가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도 많아졌다.
출판사의 가장 큰 강점은 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키워준다는 점이다.
서점 입점, 온라인 노출, 언론 소개, 리뷰, 인터뷰 등 사람들의 시선에 닿을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
또한 독자 입장에서도 출판사를 통과한 책은 ‘검증된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다.
이 점에서 POD 책과는 기본적인 신뢰도에서 차이가 난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OD 출판의 장점>
빠르게 출간할 수 있다
100% 내 방식대로 만들 수 있다
재고 부담 없이 소량 제작이 가능하다
인세 수익률이 높다 (전자책은 최대 70%)
초기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
<POD 출판의 단점>
완성도는 전적으로 작가 본인의 몫이다
편집·디자인을 전문가에게 맡기면 비용이 발생한다
유통력은 약하다 (서점 등록은 가능하나 노출도는 낮다)
콘텐츠의 신뢰도 확보가 쉽지 않다
<출판사 출간의 장점>
편집자와 협업해 콘텐츠 질이 높아진다
서점 입점, 언론 홍보 등 유통·마케팅이 활발하다
미디어 노출 가능성
작가로서 브랜드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출판사 출간의 단점>
출판사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거절 가능성도 크다
출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통 6개월~1년 이상)
인세율이 낮다 (종이책 기준 6~10%)
기획출판이 아닐 경우 비용 부담이 생긴다
저작권 일부 제한 등 계약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다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그 질문에 앞서,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책을 내고 싶은가?”
책을 통해 한 번 세상에 내 생각을 남겨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은 것인지.
첫 책을 부담 없이 시작해 보고 싶다면,
POD는 훌륭한 실험대가 되어준다.
리스크 없이,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볼 수 있다.
반면, 책을 통해 자신을 브랜딩하고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고자 한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출판사와 함께 가는 길이 더 멀리 갈 수 있다.
책 한 권은 결코 종착지가 되어선 안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계속 다듬고, 돌아보고,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첫 책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따지기 전에, 그 책을 통해 내가 한 뼘 더 자랐는지 들여다보자.
작가는 한 권의 책을 낸 사람보다,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다.
출판 방식이 어떠하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고
그 길 위에서 계속 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작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