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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검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흘려보내는 법이다

by 더블와이파파

글을 쓰는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 때문에

결국 노트북 앞에 앉았다.


복잡한 생각이 머물면 하루가 무거워진다.

무거운 하루는 다음 날까지 번지고,

다른 일에도 서서히 부정의 파문을 남긴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음이 지쳐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보며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어떤 위로를 남길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도 그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혹시 긍정이라는 최면 속에 있는 건 아닐까?’

‘곧 닥쳐올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는 건 아닐까?’


생각은 늘 굴곡진 길이다.

내리막의 공포와 오르막의 벅참이 한 몸에 함께 실려 흐른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도

이런 생각들은 문장 속으로 스며든다.

단어 사이에 스치듯 자리 잡는다.


"이런 글, 과연 가치가 있을까?"

"내 이야기, 혹시 자랑처럼 들리진 않을까?"


끊임없는 자기 검열 속에서

생각의 굴레는 동굴의 끝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어떤 대목에서는

이 책이 전혀 의미 없어 보이고,

또 어떤 순간에는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글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렇게 생각의 굴곡은

조용히, 그러나 끝없이 이어진다.


눈을 감고 정신을 다잡는다.


빛을 향해 한 발만 더. 나직이 속삭이듯,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그래.

"반드시 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그 사람에게 닿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결국 중요한 건

생각의 시작점을 알아차리는 힘.


그 순간, 멈출 줄 아는 용기.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것이

미래를 잘 살아내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번, 조용히 되새긴다.


힘든 순간이 올 걸 안다고 해서 지금을 망치면 안 된다.

그건 걱정의 과정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어야 한다.


반대로,

예상되는 고난에 미리 무너지는 건

패배를 향한 예행연습일 뿐이다.


요즘 따라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좋은 말만 고르고 싶어진다.


아마도 현실이 그만큼 버겁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글 안에서만큼은

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완충하고 싶은 바람.


언젠가 글이 현실을 이기는 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면, 이렇게 출렁이던 생각의 굴곡도 잔잔한 숲처럼 흐를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흘려보내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글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도

분명히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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