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꿈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by 더블와이파파

지난 주말, 여섯 살 아들과 함께 동네 목욕탕에 다녀왔다.

아들은 목욕탕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물놀이하는 시간이 즐거운 거다.

사실,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것은 내가 결혼하기 전부터 품어온 작은 꿈 중 하나였다.


아마 다른 아버지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자신의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아버지와의 목욕탕 기억은 썩 좋지 않다.


억지로 끌려간 적도 많았고, 그 안에서 주고받은 말도 다정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싫었던 것 같다.


그 기억이 오히려 다행이다.

그 덕분에 나는 아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위험한 일만 조심시키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자유롭게 놔둔다.

아들은 목욕탕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나게 놀았다.


목욕을 마친 뒤, 탈의실로 나왔다.

아들의 몸을 닦고 옷을 입히려던 찰나, 내 락커 옆으로 또래의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여기 잠시 앉아 계세요. 제가 옷을 입혀드릴게요.”

잠시 후,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힌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왔다.


남성은 아버지를 자리에 앉힌 뒤 수건으로 몸을 닦아드리고, 속옷부터 겉옷까지 차근차근 입혔다.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내 아버지가 떠올랐다.


어릴 적, 내 손을 잡고 목욕탕에 데려가던 아버지.

이제는 내가 아버지 손을 잡아야 할 나이인데,

한 번도 그렇게 해드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 깊은 곳을 찔렀다.


죄송함이 밀려올 무렵, 다시 남성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엔 힘겨움보다 다정함이 먼저 묻어났다.


그 순간, 내 앞에 서 있는 아들과 그의 앞에 앉은 아버지가 겹쳐 보였다.


아들에게 옷을 입히는 나와, 아버지에게 옷을 입히는 그 남성.

어디선가 뭉클한 감정이 천천히 올라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박미선이 암진단을 받고 깨달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