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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설이 실패하는 이유

소설가 윤성희 님의 말

by 더블와이파파

소설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소설가 윤성희 님의 말이 인상 깊었다.


“소설이 언제 실패하냐면, 주인공이 과거에 살고, 미래를 알려고 할 때 실패한다.”


소설은 ‘현재’를 살지 않을 때 실패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들렸다.


하나는, 이미 쓰인 소설이 실패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현재를 살지 못하는 작가가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뜻.


소설은 허구지만, 나는 허구조차도 결국 경험에서 재창조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소설이 실패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뜻 아닐까.


과거 속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익숙한 패턴 안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고, 안정만을 좇는다.


이미 끝난 일을 후회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장면을 되새기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또 어떤 사람은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하루를 불안으로 채운다.


그럴수록 ‘지금 이 순간’은 점점 희미해진다.

현재는 흐려지고, 삶의 초점은 과거와 미래 사이 어딘가로 옮겨 간다.


이런 삶은, 소설로 치면 이미 실패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실제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과거는 기억 속에만 있고,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어제를 붙잡고, 내일을 엿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오늘은 손에서 미끄러지고 만다.


두려움은, 그 감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불안한 과거에서 시작된 감정은 불안한 미래로 이어진다.

그 사이엔 현재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두려움을 이기는 길이다.


그래서 윤성희 작가의 말은 소설에 대한 통찰이자, 삶의 태도에 대한 조언이다.

좋은 소설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좋은 삶도 마찬가지다.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그것이 실패하지 않는 소설을 쓰는 방식이며,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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