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에 모든 태도가 담겨 있었다
지난 3월, 구청 평생학습관에서 블로그 강의를 진행했다.
3개월 동안 참 정이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강의는 5월에 끝났지만,
수업을 함께했던 수강생들과의 관계는 이어가고 싶었다.
그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강생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단체 채팅방을 새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운영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남았다.
방장은 79세, 내년이면 80세가 되는
‘글산토끼님’(필명이자 닉네임)이다.
내 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열정과 성실함만큼은 누구보다 젊다.
나에게 단 한 번도 말을 놓은 적 없고,
항상 단정한 태도로 수업에 임하셨다.
덕분에 나도 그분 앞에서는 늘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얼마 전, 내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으셨다고 했다.
예약판매 기간 중 서점에 들르셨는데, 책이 없었다며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냐”라고 물으셨다.
아직은 오프라인 매장에 없다고, 예약판매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곤 내가 사인해서 직접 드리겠다고 약속드렸다.
사실 책 속에 그분 이야기도 살짝 담겨 있다.
그래서 더 직접 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약속만 한 채 시간이 흘렀고,
지난 목요일, 6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점심식사를 함께 했고,
식사 후에는 카페로 옮겼다.
커피를 주문하려고 하자,
글산토끼님께서 “커피는 제가 살게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키오스크 앞으로 걸어가셨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척척.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분들을 종종 보지만, 글산토끼님은 달랐다.
“그냥 해보면 되죠. 안 되면 물어보면 되고요.”
그 한마디에 모든 태도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도 막힘 없이 해내셨다.
카페에 앉아, 준비해 둔 책을 건넸다.
사인도 해두었다.
정말 기뻐하셨다.
요즘도 글산토끼님은 주 5일,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블로그로 자서전을 쓰는 게 목표다.
인스타그램도 직접 운영하시고.
내가 요즘 ‘스레드’를 자주 한다고 했더니, 그게 뭐냐고 물으셨다.
하고 싶으시다고 했다
앱을 설치해 드리고, 간단히 설명해 드렸다.
어제 만든 계정인데, 오늘 보니 벌써 글이 다섯 개 넘는다.
대단하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이렇게 실감한 적은 처음이었다.
헤어질 때까지도 “오늘 좋은 거 배웠다”며 감사 인사를 여러 번 하셨다.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서점에 잠깐 들렀다.
그런데 또 하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내 책이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진열돼 있었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소문이 나고 있구나.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글산토끼님이 스레드로 DM을 보내셨다.
내가 알려드리지 않았던 기능인데도, 스스로 하셨다.
혹시 다음에 만났을 땐,
팔로워 수가 나보다 더 많아져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