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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블랙 Apr 25. 2021

10대들이 볼 수 없는 10대들의 이야기

<박화영> 이환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고

이 글은 아래 영화들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눈물>(2001)
<박화영>(2018)
<어른들은 몰라요>(2021)



<박화영>을 상당히 불편하게 봤었다.

극사실주의라는 말이 찰떡인 영화였다. 물론 중간중간에 연예기획사 연습생 내용 등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긴 했지만, 그 부분 때문에 몰입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필요한 곳에서 이미 충분할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박화영>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감독판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의를 담아 한번 더 보긴 했었지만.


그 감독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세진 역의 이유미 배우가 그 역할 그대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박화영>에서 가끔씩 보이던 이유미 배우의 사랑스러운 광기는, 궤는 조금 다르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에서의 이정현 배우를 보는 느낌이 들었었다.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걸까, 생각보다 영화는 그냥 그랬었다.

<박화영>의 극사실주의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탓일까. 영화적 허용을 위해 사용한 장치들이 다소 조금 거슬릴 정도로 느껴졌다. 세진의 친구가 어처구니없이 죽었을 때는 되려 괜찮았지만, 타이밍 좋게 재필 일행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을 때는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눈물>(2001)의 그 조합이었다. 성별 고루 둘 씩, 4명이 완성된 가출 청소년들과 오토바이.

그때부터는 모든 요소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영화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나오던 힙합 음악도, 당시 영화에 젊음을 상징하듯 얹어주던 테크노/트랜스 음악처럼 느껴졌다.

재필 일행이 세진과 주영을 떠나갈 때까지는 거의 모든 내용이 예측한 대로 흘러갔다. 그 예측이 영화에 몰입해서 하게 된 것이 아니라 20년 전 영화들을 떠올리며 예측했다는 건 좀 슬펐다.

세진과 주영이 갈라서게 된 후도 너무나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채 2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세진의 아이를 입양받을 부부의 태세 변화를 보여주려는 듯했는데,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몰라요>를 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상기 언급했던 <얼굴>은 상황이 매번 극적이었다. 여자친구를 미끼로 원조교제 사기를 치려다가 CCTV가 있어서 모텔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원조교제가 이루어지는 등. 그런 극적인 상황으로 당시 궁지에 몰린 청소년들을 묘사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배우들의 호연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반주도 가사도 잘 모르겠는데, 일단 목소리가 기가 막힌 노래다. 이유미 배우는 정말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캐릭터의 구현 자체가 극사실주의였다.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환 감독의 연기는 이미 <똥파리>에서 제대로 경험한 검증된 맛이고, 안희연 배우 또한 튀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주변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간 안희연 배우가 예능 등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세진의 동생 세정 역의 신햇빛 배우도 경찰서 씬에서 잊지 못할 인상을 주었다.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박화영>은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이 너무 사실적이다보니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 있다지만, <어른들은 몰라요>까지 그래야 했을까. 어차피 어른들은 이 영화를 보더라도 자기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 뭔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다소 수위를 낮추더라도, 배우들의 호연으로 가출 청소년의 현실을 충분히 묘사하여 현재 청소년들에게라도 경각심을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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