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브런치를 고르기부터, 브런치에 쓰기까지
이 글들은 내가 글이라는 것을 쓰게 된 계기와 쓰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쓰는 일종의 '메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내 글에 대한 변명이자 핑계고, 근거이자 증명이고 싶은 글이다.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쓰는 것은, 30대가 되기까지 나를 구성하는 요소를 거의 기록하지 않았었다는 부채 의식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함이라고 너그러이 봐주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글감들도 바로 생각이 났겠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형식과 플랫폼이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어디에 쓸 것인가. 형식은 에세이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기보다는 에세이 외에는 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거된 것이다. 자, 남은 것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준 것은 클럽하우스에서 우연히 뵙게 된 한 작가님이었다. 그 작가님의 브런치(https://brunch.co.kr/@novelceline)에서 감상했던 감성적인 글도 맘을 촉촉이 적셔주었지만, 브런치의 유려한 UI와 UX도 참 맘에 들었다. 그래. 그 브런치의 깔끔함이 좋았다. 여기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일종의 장비병이다. 하지만 바로 쓸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쓸 수 없던 것이 아니다. 쓸 수는 있지만 공개할 수 없었다. 브런치의 글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거쳐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작가 신청이었다. 작가 신청을 통과한 '작가'들만이 자신이 쓴 글을 공개할 수 있었다. 공개할 수 없는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인가. 작가 신청을 통과해야만 했다.
되려 다행이었다. 너무 쉬운 건 또 재미없었다. 뭔가 작가 신청을 통과한다는 것은, 나에게 글을 쓸 만한 자격이 주어지는 느낌이었다. 가볍게 내 소개와 향후 계획, 세 개의 글을 써서 제출했다. 며칠 후에 탈락 메일을 받았다. 구글에 '브런치 불합격'으로 검색하니 수많은 후기가 떴다. 다행이다. 탈락이 흔한 일이었나 보다. '답은 양식에 있다'는 뉘앙스의 후기를 보았다. 양식을 잘 보고, 소개와 향후 계획을 좀 더 꼼꼼하게 보완했다. 보완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좀 더 명확해졌다. 이 또한 다행인 일이었다.
두 번째 시도에 합격 메일을 받았다. 뿌듯했다. 두 번째 시도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나 글 좀 잘 쓰나 봐. 후기에서 봤었던 '에세이는 잘 통과되더라'라는 문장은 애써 모른 척할 거다. 에너지를 얻었다. 사흘에 글 하나는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아. 필명은 책상 위에 있던 위스키 이름으로 지었다.
첫 번째 글은 라면에 관한 글이었다. 의자 까는 일을 하다가 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텼던 일을 썼다. 아무래도 가난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다 보니. 두 번째 글은 학교 앞 백반집에 관한 글이었다. 문체를 바꿔보았다. 그 백반집에서의 한 끼로 하루를 버텼었는데, 그때 좀 더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 위해 발악했던 일을 썼다. 당시 친구들을 만나면 추억팔이로 자주 터는 일이다 보니 금방 썼다. 세 번째 글은 냉동 볶음밥에 관한 글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점심은 무조건 볶음밥만 먹다가 설거지가 잘못되어 토했던 일을 썼다. 토할 당시 나 스스로가 너무 비참해 보였기에 기억에 남았기도 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하지만 조회수는 처참했다. 낯이 없이 어딘가에 홍보를 대놓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10이 안 되는 조회수는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나았다.
그러던 와중에, 조회수 그래프에 엄청난 기울기가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