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쓰형!'스피드로 걸으면 10분 후 도착입니다

중간 속도의 걸음용 음악

by Aprilamb


강남역을 나오는데 앞에 검은색 프릴 스커트를 입은 긴 머리의 여자가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인 데다가 긴 머리와 스커트, 그리고 셔츠가 모두 바람에 하늘하늘 날리고 있어서 왠지 허공을 딛고 걸어가는 것만 같다.


하늘하늘

사뿐사뿐


그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셔츠와 스커트가 날리는, 공중을 걷는 그 리듬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한걸음 뒤에서 보면 그녀와 관련된 모든 움직임은 걸음을 중심으로 공명하고 있다. 마치 밀림을 걸어가는 코끼리 주변의 수풀들처럼.

공명 주기는 아마도 그녀가 지금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음악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는 바로 폰을 들어 걸음걸이 리듬과 일치하는 박자의 곡을 찾기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상순의 '또 왜 그래' - 아니야. 이건 종종걸음용이야.


윤미래의 'Lost' - 박자 사이로 두세 걸음은 쪼개 넣겠어.


그렇게 여러 곡들 사이를 오가다가 발견한 이 곡, 나훈아의 '테스형!'


이거다. 이 곡의 마디마다 정확히 네 번씩 발을 내딛고 있었다. 너무 정확해서 혹시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서 걷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어 졌는데, 정신나간 놈이라 생각할 것 같아서 그냥 그만두고 말았다.


분명히 이곡인데...

매거진의 이전글배우 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