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May 23. 2021

다음 실연은 더 편해질 거예요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가끔 사람들의 실연 이야기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실연의 사정은 하늘의 별보다도 많기 때문에 조용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면 된다. 그것 만큼은 나이나 경험도 별로 쓸모가 없는 게, 가만히 있어도 계속 리뉴얼되어 던져지는 탑 100 차트 속의 유행가처럼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는 척해봤자 다 들은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말린 커피콩처럼 그 앞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조곤조곤 풀릴 때까지 자기 이야기를 하고는 스스로 기운을 낸다. 그런 경우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인사를 받기도 한다. 남는 장사다.

아주 가끔은 뭔가를 이야기해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차례를 넘겨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의 증명을 위해 빈 칠판 앞에 선 학생처럼 난처해진다. 내가 더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괜찮아질 거야’ 정도뿐이다. 물론 쉽게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괜찮아진다.  


사랑이라는 게 벚꽃 같아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때는 세상에 이것뿐이구나 하게 되고, 저무는 순간에도 눈처럼 흩날리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정신을 차리면 내 몸에 꽃잎 하나 남지 않게 되어버리는 거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게, 내년에 또 올해를 잊을 만큼 화려한 벚꽃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


봄이 끝날 무렵부터 더워지는  같다가 비가 오고, 해가 떨어지면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는 한여름 같이 햇빛이 작렬하다가 다시 하늘의 깊이가  보일 정도로 려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절에게 담금질을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날씨를 견디는 경도가 높아지고,  힘으로 여름을   있게 되겠지.


실연도 쌓이면 익숙해진다. 사실은 익숙한 척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이야기해줄 수도 없는 게, 다음번 실연은 조금 편해진다는 게 악담이지 조언은 아니니까.


어렵다. 어쨌든, 여름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아래에서 더 많은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와 아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