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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Jun 16. 2021

주말 오후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어제 하루 종일 바깥에 있었더니  피곤했나 보다. 일어나 아침을 먹은   오랫동안  번째 챕터를 넘기지 못했던 책을 들었지만 얼마  버티고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쇼팽의 녹턴은 그대로 꿈의 배경 음악이 되어버렸고, 나는 마치 일어나지 않았던  새벽의 꿈을 이어갔다. 다시 일어나 보니 오후  . 프란츠 리스트의 Love Dream 주변 공간에 가득  있다. 아마  곡의 중반부 크레셴도 몰토로 타건하는 클라이맥스에서 잠을 깼을 것이다. 지금은 피아니시모로 페이드 아웃되며  그랬던 척하고 있지만...  


내가 다시 잠든 것이 오전 아홉 시쯤이었으니 정말 푹 자버리고 말았다. 천천히 일어나 건조기에 넣어두었던 이불 커버를 빼내어 거실 창문 옆 소파에 넓게 펼쳐 걸어 둔다. 건조기가 빨랫감의 건조시간을 어떤 로직으로 계산해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조된 빨랫감들은 아직 - 설거지 후 건조대에서 마지막 물기를 바람에 날려버리기 전 주방용품들처럼 - 살짝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저. 아직은 조금 더 햇빛 아래 앉아있고 싶거든요.’


라고 말하는 것 같으니까. 탈수가 끝난 다른 빨래도 섬유 유연제와 함께 건조기에 밀어 넣고 한번 더 시작 버튼을 누른다. 건조기는 언제나처럼 무책임하게 대충 시간을 세팅하고는 웅웅 굉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정도의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대충 주말 오후가 되어 있다. 가끔 세탁으로 시작하지 않는 일요일도 있는데, 이 때는 언제부터가 오후인지 감이 안 잡힌다. 이런 것을 보면 습관이 참 무섭다.  


'오늘은 정말 집에만 있어야지' 하며 커피를 내리는 동안, 라디오는 한 곡의 중복도 없이 성실하게 다음 곡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창을 열면 기분 좋은 바람이 흘러 들어오는 여름의 초입이다. 창 앞에 앉아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올여름도 잘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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