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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로인을 아시나요?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샌프란시스코의 텐더로인 지역은 밤에 함부로 지나다니면 안 되는 곳이다. Airbnb에서 검색해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세련된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렇게 설명을 시작하고 있는데, 숙박 사이트에서 저런 설명을 달고 싶지는 않겠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사실 세련되지 않기만 하다면 그냥 투박하니 괜찮을 수도 있을 텐데,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에는 총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있다는 것이다. 처음 어학연수로 이곳에 왔을 때 노숙자 - 인지 갱인지 - 에게 강제로 여권을 강탈당했었다고 하는데, 골목까지 쫓아갔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총을 꺼내 겨누는 바람에 그냥 바로 돌아 나왔다고 한다. 지금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즐거워하는데, 이런 실제 경험을 듣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실제로 2015년 Korea Times 기사를 보면 이곳은 반경 0.5마일당 617건의 범죄가 발생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뽑혔다. 기간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 반경 0.5마일당 617건이 어느 정도인지 감은 없지만, 왠지 엄청난 것 같으니까.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는 이런 곳인지도 모르고 잘도 걸어 다녔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노숙자 같고 거리 상점들도 빈티 폴폴 나긴 했지만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가끔 걷다 보면 소박한 멋이 가득한 분위기 있는 카페도 있어서 들어가 잠시 쉰 적도 있었는데, 역시 지금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Gangway라는 곳은 텐더로인에 있는 바인데 낮에도 손님이 꽤 많다. 정문 위쪽에는 하얀 돛단배 모형이 얹어져 있는 멋들어진 곳인데, 실제로 들어가면 바로 왼편 벽에 '도둑 조심'이라고 쓰여있고 CCTV로 찍은 도둑들의 작업 사진들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왠지 시원한 맥주 한잔해야겠다 싶어 들어왔다가도 이걸 보면 바로 돌아나갈 것 같은데, 힐끔 들여다보면 꽤 많은 사람이 한잔하며 여유 있게 떠들고 있다. 어차피 크게 도둑맞을 물건만 가지고 오지 않으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일 수도 있고, 저렇게 웃고 있어도 주머니에는 베레타 권총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어쩌면 빨리 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싶어 후다닥 뛰어들어오는 바람에 왼쪽 벽의 'Wanted' 사진 따위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그런 곳에는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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