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잔돈 관리하는 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게다가 동전은 크기만으로 금액을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계산대 앞에서 소나무처럼 선 채로 물건 금액 퍼즐을 맞춰야 하는데, 결국 퀴즈를 풀지 못하고 포스 앞의 점원에게 동전더미를 내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저, 파키스탄 전쟁에 파견된 아들에게 편지가 왔는데 제가 글을 읽을 줄 몰라요. '
하며 편지를 동네 청년에게 들이미는 노인네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제 치앙마이에서는 더 이상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GLN만 있으면 된다. GLN은 Global Loyalty Network의 약자로 해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은행의 자회사이며, 해당 서비스의 이름이기도 하다. GLN은 해외에서 QR코드로 간편 결제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인데, 해당 서비스가 가능한 국가는 태국, 베트남, 일본, 홍콩, 라오스, 대만, 싱가포르, 괌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GLN서비스에 일정 금액을 충전해야 하며, 각국에서 사용할 때는 환전수수료 없이 각 국가화폐로 변환 결제가 된다. 요즘은 은행이나 핀테크앱에서 대부분 GLN 서비스를 제공하니 주사용 계좌가 있는 은행의 GLN 서비스를 사용하면 별도의 앱이나 인증서의 설치 없이 사용 가능하다. 금융기관마다 서비스의 홍보를 위해 특정기간 동안 캐시백 서비스나 다른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고 하니 부지런한 분들은 알아보시길.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해 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치앙마이에서는 세븐일레븐과 팁을 제외한 모든 결제는 GLN으로 가능했다. 심지어는 Glan(우버 같은 차량연결 서비스)을 사용할 때도 현금 결제로 사용하면 GLN 지불이 가능하다. 결제 시 '스캔'이라고만 이야기하면 되는데, 거의 매직 게이트를 여는 주문처럼 하루종일 입에 달고 다녔다. 덕분에 동전을 만질 일이 거의 없었다는 거.
'나는 동전을 달그락거리며 들고 다니는 낭만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 분들께는 굳이 앱 사용을 강제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디지털 서비스는 늘 수많은 솔루션들이 그물처럼 얽혀 작동되기 때문에 여러 문제로 생각지 않게 지불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서 나도 늘 현금을 가지고 다니긴 했다. 하지만 - 작동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 환전 수수료를 아낄 수도 있고 잔돈 퍼즐에서도 해방될 수 있으니, 현금과 함께 준비해 간다면 생각보다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다.
다들 치앙마이에서 '스깬'을 외쳐보시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