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넌 좀 특이한 것 같아.”
반쯤 남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이야기했다. 오늘따라 맥주가 빙하 녹은 물처럼 차가웠다. 날씨와 저장고 속의 맥주 온도는 여고생과 변사체 사이처럼 서로 큰 관계는 없어 보이지만, 영하 10도라니 왠지 날씨가 저장고 속의 맥주 온도까지 낮추어버린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오늘은 블라디보스토크보다 위쪽에 있는 홋카이도만큼 추운 것이다.
“특이하다고? 왜 그렇게 생각해?”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이다. 그 이유로 사람들에게 함부로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여자들처럼 식도락에 빠져 새로 생기는 음식점이나 인터넷에서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들을 찾아다니지 않는 것이나, 가방에도 욕심이 없어 내가 들고 다녀야 할 물건들을 담을 수 있는 것 하나면 족하다는 것은 분명히 특이한 것일 수도 있다. 그 또래의 여자들은 대부분 그런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면 딱히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양식이나 취미는 가벼운 화젯거리일 뿐이지 그 사람의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 정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뿐이니까.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는 계속 맥주를 마시면 된다. 나는 다시 맥주를 들이켜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솔직하게 대답했지만, 분명히 솔직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떠한 종류의 전기자극을 받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찌릿~' 그런 것이다. 사랑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과도 비슷한데 그것은 식사 후 배부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생각보다 느리게 인지되는 데 반해, 이것은 그것과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이유로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손가락을 베었을 때 '아야.'하듯, ‘특이한데?’ 하고 말이다.
사랑하는 이유를 대라면 뭔가 명확하지 않아 쓸데없는 이야기만 지껄이게 되는 것처럼, 특이하다고 느꼈던 이유도 뭐라 표현하기 쉽지가 않다. 그냥 그렇게 느껴지는데, 어디서부터인지 어떤 행동 후에 느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런 것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특이하다는 게 특별히 '좋다.' 혹은 '나쁘다'의 의미도 아니니까. 나는 또 맥주를 마셨다.
“메탈리카 콘서트라니 멋진데?”
다행히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있었다. 화제가 전환된 것도 좋았지만, 나는 메탈리카도 좋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