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휴일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두뇌 어딘가에 휴일을 관리하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휴일은 아침 공기부터 다른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월요일부터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 주에 휴일이 있는지도 몰랐었다고 하더라도, 쉬는 날이 다음 주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나는 당일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알 수가 있다.


오늘은 휴일이라는 것


머리를 감을 필요도 없고, 드라이할 필요도 없다는 것
아침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집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런 상태로 눈을 감고 그대로 누워있으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나이가 더 들면 '대체 일어나도 갈 데가 없잖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매일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게 더 이상은 행복이 아닐 수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겐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니까 조금 더 누리고 싶어진다.


휴일이 마음에 드는 것은 뭐 하나 제대로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 책을 읽다가 그냥 덮어버려도, 글을 쓰다가 마무리하지 않고 임시 저장해버려도, 바깥으로 나가려고 준비를 하다가 관둬버려도 괜찮다. 보통 휴일 저녁이 되면 '대체 오늘 한 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꼭 해야 했는데...' 하면서 자기 전에 생각나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원래 덤으로 생각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우선순위도, 마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옛날 호모루덴스, 호모사피엔스 뭐 이런 인류들은 늘 이렇게 살았겠지 생각하면 왠지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드는데, 사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강아지만 해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뭘 할까 고민을 하다 보니 오후 열두시가 다 되어가는데, 보통 이 시간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주 엄청나게 멋진 계획이 떠오른다고 해도 대부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경험이라는 것은 생각보다도 유용하고 편리한 지식이라 생각하는데, 그 덕에 나는 더는 고민하지 않고 다시 침대에 눕기로 했다.


정말 오늘은 시작부터 모든 것이 착착 들어맞는 멋진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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