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음악의 상관관계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음악이 흐르지 않는 카페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적어도 나는 없다. 음료를 주문할 때에도, 포스 옆의 스툴에 앉아 커피를 기다릴 때도,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도, 카페에는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이 제공하는 '카페에서 듣기 좋은 곡 모음' 같은 전략적 플레이리스트를 돌리기 시작한 이후로,


'아, 이 음악!'


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곡이야.'든, '...너무 좋잖아?'든 말이다. 가끔은 조금 신경을 쓰면서 이어지는 곡들을 유심히 들어본 적도 있는데, 내가 아는 곡은 끝내 나오지 않았었다. 그래도 음악이라면 누구한테 지지 않을 만큼 많이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말았다. 이거 혹시 카페에서 플레이되는 모든 곡이 전날 저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의 지하 작업실에서 작곡/녹음된 신곡인 건 아닐까?



'자, 마이클. 빨리 시작합시다. 내일 카페가 오픈되는 오전 9시 전까지, 매장 서비스를 하는 14시간 동안 플레이시킬 곡들을 준비해야 한다고요. 사람들이 보통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머문다고 가정하면, 오늘 밤 우리는 12곡을 작곡해내야 합니다.'


'앉아서 1시간 이상 죽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노트북 같은 것을 앞에 놓고요.'


'그런 사람은 대부분 헤드폰을 끼고 자신이 원하는 곡을 들어요.'


'아이들 기다리는 엄마 집단은 어쩌고요? 보통 2~3시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런 사람들은 서로 신명 나게 떠드느라고 음악 같은 건 신경 안 쓴다고요. 이봐요. 오늘 처음이라 궁금한 게 많겠지만, 우리가 이거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니 시키는 대로 곡이나 찍어내라고요! 벌써 밤 1시잖아!'



'당신은 이런 작업이 처음이니까 한번 설명할 테니 잘 들어요. 곡은 우선 너무 잘 빠지면 안 됩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이거 너무 좋은데?' 하게 될 정도는 피해 주세요. 빌보드 탑 100에 올라가면 연봉 삭감됩니다. 물론 너무 나빠도 안돼요. '음악이 거지 같아서 여긴 안 와야겠어.' 해도 안 된다는 겁니다.'


'좋은 건 괜찮지 않나요?'


'남자 친구와 같이 방문했는데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고 음악에만 집중한다는 항의가 꽤 자주 접수되고 있다는 걸 알려드려야겠군요. 그리고, 악기를 많이 쓰지 마세요. 장르는 포크나 컨트리풍이 좋아요. 보컬 멜로디가 '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신경 써주시고요. 보컬의 능력이 돋보이게 되니까요. 참, 드럼은 쓰지 마세요. 사람들이 머리 울려서 싫어하니까. 기승전결도, 싸비도 필요 없어요. 식탁 표면처럼 밋밋하게 '어? 이 곡은 왜 클라이맥스가 없지?' 소리가 나오면 베스트, '어머, 곡이 바뀌었어?' 하면 보너스 챙겨드립니다. 폴 매커트니의 'Distractions'라는 곡의 가사에 'like butterflies are buzzing around my head'라는 부분이 있어요. 바로 그런 느낌으로. 자~ 자~ 후딱 해봅시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듣고 있다 보면 의심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옛날에는 카페마다 주인이 좋은 스피커를 준비하고는 자신만의 초이스로 채운 플레이리스트를 종일 플레이시켰다. 나도 나중에 카페를 열어 좋아하는 음악을 종일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가끔은 음악이 너무 좋아서 쪼르르 포스 앞으로 달려가서 ‘이거 누구 음악이에요?’ 하고 물어봤던 적도 꽤 있다.

John Mayer의 ‘Back to You’(이 곡은 ‘Room For Squares’에 수록된 곡으로 싱글 커트되지도 않았다.)도 홍대 앞의 한 카페에서 듣게 되었는데, 그 이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두고는 종종 꺼내어 듣곤 한다. 그 대머리 주인아저씨 아니었으면 나는 평생 이 곡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로 가끔 옛날 푹신한 의자에 푹 잠겨 음악을 듣던 낡은 카페가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깔끔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싫다는 건 아니고...


아빠, 엄마 다 좋다는 이야깁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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