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며칠 전 친구를 만나 떠들다가 우연히 건물 밖에 늘어서 있는 자전거를 보게 되었다.
‘여기 대여 자전거 거치 장소가 있네?’
친구는 얼마 전에 그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한번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나도 길로 다니면서 몇 번 지나치기는 했지만,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다.
나는 이전에 자전거가 있었지만 잘 사용하지 않았더랬다. 아파트 9층까지 끌고 다녀야 한다던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놓아둘 장소를 찾거나 하는 게 귀찮았으니까. 그건 차도 비슷하지만, 차는 아파트 9층까지 끌고 올라갈 필요는 없다. 올려두는 게 번거로워서 아파트 앞에 묶어두었다가 잃어버린 이후로 자전거는 늘 내 인생의 반대편에 있었는데, 자전거 대여 서비스라고?
'따릉이'는 파리의 '벨리브', 영국의 '보리스 자전거’ 같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로, 주변에 거치되어있는 자전거를 들어 신나게 달리다가 목적지 근처의 다른 거치대에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대여용 자전거는 3단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변속도 가능해서 얕은 오르막을 오를 수도 있고, 앞에 바구니가 있어서 가방을 둘 수도 있다. 대여 및 반납 과정은 모두 앱을 통해 자동으로 가능하니,
그럼 한번 타 볼까?
우리는 자전거를 대여해서는 양재천을 거쳐 한강으로 진입하는 루트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길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달리는 게 생각보다 좋았다. 집에서 창을 열고 바람 한 줄기가 흘러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과는 또 다른 게, 이건 전장을 누비는 장수처럼 바람을 직접 찾아 나서는 거니까. 여름의 틈바구니에서 가을을 끄집어내는 기분으로 신나게 달릴 수 있다.
한참 양재천을 지나 한강을 달리다가 근처 편의점 앞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맥주를 마셨다. 누구도 서울시 마크가 찍혀 있는 자전거를 훔쳐갈 생각을 하지는 않을 테니 근처에 대충 세워 두어도 부담이 없었다.
후덥지근한 공기,
땀으로 등에 붙어버린 셔츠,
그리고 땅끝처럼 차가운 맥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 지긋지긋한 여름도 그리워지겠지?’ 하고 생각하면 더위도 참을 만 해지는 것이다.
집 근처에 자전거를 거치하면서 여름이 가기 전에 DEPAPEPE의 ラハイナ를 들으며 다시 한번 한강을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름은 누가 뭐래도 DEPAPEPE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