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와 모기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날씨가 참 좋았다.


햇빛 아래는 뜨겁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서늘하고, 밤이 되면 긴팔이 어색하지 않은 날씨. 우리나라에는 일 년에 며칠 없는 오늘 같은 날씨가 바로 딱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날씨다. 일 년 동안 나가 있으면서 계절 내내 이런 날씨를 살아야 했을 때는 자외선이 각막을 태우네, 하루에 사계절이 돌아가네, 여름에 감기를 달고 살게 하네 하면서 짜증을 냈었지만, 일년 중 며칠 뿐이라니 왠지 그리워진다. 하긴 섭씨 40도 가까이 수은주를 밀어 올렸던 지옥 같은 날씨라도 한겨울 중 하루라면 호기롭게 두 팔로 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날씨는 마트라도 다녀와야 해. 미세먼지량을 확인하고는 짐을 주섬주섬 싸들고 나와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렸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그렇게 오래가는 건 아니니까. 햇빛도 뜨겁고 다리도 아파지길래 바로 보이는 출구로 나오니 압구정동이었다.


'이 동네는 또 오랜만이네?'


정말 오랜만이었다. 대충 쉴 곳을 찾아 골목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좁은 길 옆에 작은 카페가 보인다. 밖에서 볼 때는 작아보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제법 넓은데다가 구석에 햇빛이 드는 테라스도 있다.

테라스 바닥에 그림자 이동하는 것만 봐도 심심하지는 않을테니 - 노트북도 있고 책도 있었지만 - 그냥 그 앞의 소파에 앉아 빈둥거리기로 한다. 집 앞 마트만 다녀온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니 무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소파에 몸을 묻고 앉아 있는데, 근처에 꽃이나 풀이 많아서 그런지 - 그게 이유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 모기 한 마리가 목 뒤를 날아다녔다. 모기는 존재를 인지할 수는 있는데, 도무지 공격을 방어할 수가 없다. 마치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혹은 뒤통수로 날아오는 야구공처럼.


몇 번 물리고 나니 좋은 날씨고 뭐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종업원 분이 옆을 지나간다.


'저 여기 모기가 있는데요?'


아무래도 모기는 카페에 살고 있으니까 책임을 물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렇죠? 저도 물렸어요...'


'아, 네...'


이건 내게 동지애를 발휘하라는 시그널이잖아. 그녀의 지능적 대답에 순간적으로 우리는 모기라는 적병에게 똑같이 당한 전우가 되고 말았다.


'너무 간지러우시겠어요. 진짜.....'


그것 외에는 달리 할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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