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과 벅차오르는 느낌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매일 듣던 음악이 좀 지겨워서 다른 음악을 좀 들어볼까 하고 최근 구독을 시작한 음원 서비스 앱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최 상단의 인기차트를 밀어 올리며 계속 내려가 보니 음원 서비스에서 큐레이팅 하는 여러 플레이리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제목이 심상치 않다.


'벅차오르는 느낌을 주는 걸그룹 노래'


아니 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낸 사람은 가슴이 벅차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있긴 한 건가? 가벼운 걸그룹 댄스음악에 가슴이 벅차 오를리가 없잖아. 음악이 지속되는 4분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이라도 춘다면 숨은 벅차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대체 어떤 곡들인 건지 궁금해져서 맨 윗곡부터 하나하나 들어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아. 이게 뭐지?'


진심 가슴이 벅차 오는 것이다. 한곡 한곡 들으며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 거리고 말았는데, 유튜브나 텔레비전에서 걸그룹들이 생존을 놓고 고군분투하던 모습들이 노래 위로 오버랩되어 더 그런 기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빗속의 무대에서 8번 넘어지며 끝까지 '오늘부터 우리는'을 완창 했던 여자 친구의 공연을 유튜브로 보던 때의 느낌이랄까.


그렇게 감동하며 듣다가 갑자기 이 리스트에 최고로 어울리는 곡이 생각나고 말았다. 친구가 좋아했어서 나도 한참 많이 들었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이제는 걸그룹계의 노장이 되어버린 그녀들이 세상 속에 자신들을 화려하게 각인시키며 비상을 시작했던 곡인데, 리스트를 유심히 보니 역시 여러 '벅차오르게 하는' 곡들 사이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는 미련 없이 다른 곡들을 스킵하고 그 곡을 플레이시켰고, 아직은 앳된 그녀들의 목소리에서 성장 영화처럼 지나가는 그녀들의 지난 십 년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곡은 리듬은 신나지만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과 가사를 가지고 있는 곡으로, 그녀들이 데뷔를 위해 수년 동안 연습했던 곡이어서 라이브 시에도 댄스나 보컬 모두 안정적인 것으로 유명하다.(심지어는 안무 후반부의 뛰어 앞차기도 멤버 모두 김정은 뒤통수는 후려갈길 수 있을 정도로 엄청 높음) 보이그룹 일색의 전장에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던 그녀들도 이제는 20대 후반이 되었고,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히트곡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소녀시대의 데뷔곡이었던 이 곡은 비단 팬뿐만 아니라 그녀들에게도 연습생 시절의 추억이 담뿍 담긴 '가슴 벅차오르게 하는' 곡이 아닐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감동을 고심하며 이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을 이름 모를 큐레이터에게 바치며, 다른 걸그룹 들도 계속 분발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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