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이 힘든 이유와 바람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가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아 정말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 그냥 밟는 대로 쭉쭉 나가잖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리고, 반대로


'오늘 컨디션이 왜 이렇게 안 좋지? 페달 밟기도 너무 힘들고, 자전거도 도무지 나가질 않네.'


하며, 한강공원을 벗어나는 통로가 보이지 않아 연자방아를 돌리는 소처럼 죽지 못해 페달을 밟는 경우도 있다. 전날에 술을 꼭대기까지 마시고는 아직 덜 깬 상태에서 일어나 핸들을 잡은 것도 아닌데 왜 갑옷을 입고 자전거에 올라탄 느낌인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룻밤 사이에 몹쓸 병이라도 걸려버린 건가? 요즘 일에 조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하니까. 그래도 이 정도로 순식간에 다리통이 마비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직선이 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 상태?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성 간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서로의 인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증명이 된 상태인데... 이렇게 전진이 힘든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그것은 바로 '바람'이다.


헬멧을 쓰고 고글과 마스크를 하면 맞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다. 맞바람이 분다는 것을 알 정도면 이미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는 전진하기도 힘든 것이다.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바람이라도 한강변에서 온몸으로 받아낸다면 그 저항이 생각보다 꽤 심해서, 힘은 힘대로 들고 자전거는 자전거대로 좀처럼 나가주지 않는다.

이 상황이 몸이 안 좋은 건지, 자전거의 상태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바람 때문인 건지 확실히 알고 싶다면, 바로 오던 방향으로 돌아 페달을 밟아보면 된다. 열이면 아홉은 바로 다시


'아 정말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 그냥 밟는 대로 쭉쭉 나가잖아!'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에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 상황은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누이를 적장과의 사이에 두고 활을 날리기 전에 '바람을 계산하느냐?'라는 적장의 질문에 답했던 말로, 정진명의 '한국의 활쏘기'라는 책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대사라고 한다. 사람들은 두고두고 이 대사를 영화의 명대사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인데, 나는 그 당시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활을 쏜다면 - 물론 나는 활을 쏘아본 적이 없지만 - 바람은 분명히 가장 큰 변수 중에 하나일 테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역시 그것을 계산해서 시위를 당겨야 하지 않나? 우선 대사 대로라면 계산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사용해 활을 당기는 방법뿐일 것이다.

대체 그게 가능한 거냐고. 극복한다는 게 수단은 분명히 아닌데, 어떻게 사람들은 그 말에 힘을 받아 용기를 내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수학 문제는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아니고, 풀어내는 것이다.'라는 문장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또 몰라도...


어쨌든, 자전거를 탈 때든, 영화 속에서든, 바람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