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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Sep 15. 2015

UX 관점에서의 멀티태스킹

스냅뷰와 스플릿뷰...뷰뷰뷰

멀티태스킹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백그라운드 태스크와 동시 작업이 그것이다. 윈도우시대부터 멀티태스킹은 가능했고,  그때 만들어졌던 플레이그라운드 위에 앱을 제약 없이 겹쳐 띄우는 UX가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가장 편한 UX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서너 개의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능력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플레이그라운드인 모니터의 한정된 크기가 그것이다. 그 이유로 기존에는 자유스럽게 - 다른 말로는 어지럽게 - 떠있는 애플리케이션들 중 내가 지금 작동하기를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UX를 필수적으로 만들어 넣어야 했다. 가장 보편적인 Status Bar부터 최근 맥의 세 손가락 쓸어 올리기 제스처까지, 업체들은 기존의 UX를 고수하는 가운데 가장 편리한 이동/검색 방법들을 고민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애플의 OS9나 엘카피텐 발표를 보면 기존과는 다른 멀티태스킹 UX를 채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화면을 반 나누어  양쪽에 앱을 풀로 꽉 채워 배열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나는 이것이 학습이 필요 없는 멀티태스킹의 가장 자연스러운 UX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너 개의 창을 동시에 띄우는 것은 과감히 배제하고, 심플하게 두 개의 기능을 화면을 양 옆에 배열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인디자인을 모두 열고 파일 들을 드래그하면서 작업하는 편집자들도 있지만, 이들은 이미 두세 대의 모니터를 연결해 쓰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한정된 크기의 모니터에서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있는 멀티태스킹의 수는 둘이며, 그 둘을 화면 좌우에 빈틈없이 꽉 채워 배열하여 그 둘은 늘 화면에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고 한 앱에 가려진 다른 하나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아예 배제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 UX를 가장 먼저 스마트하게 공식 적용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였고, 이는 가장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새로운 멀티태스킹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삼성도 자사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스플릿 뷰를 선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면, 왜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멀티태스킹 UX를 채택했던 디바이스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그것을 두 가지로  요약해보면,


첫 번째 : 멀티태스킹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두 번째 : 직관적인 UX로 멀티태스킹을 빌드해놓고 한 화면에 띄워진 두 앱 간의 인터페이스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정도일 것이다. 멀티태스킹 UX는 완벽했지만, 두 개의 앱을 여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못해서 늘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물론 논리적이기는 했고 익숙해지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역시 학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UX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 개의 화면에 띄워진 앱 간의 오브젝트 이동이나 연동 등이 원활하지 못하여 프로페셔널한 작업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 또 하나의 문제였다. 서피스도 스플릿 뷰를 사용할 수 있는 앱은 메트로 앱으로 한정되어져 있었기 때문에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조합은 사용할 수 없었다. 그 이유로 스플릿 뷰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벡터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포토샵으로 드래그하여 사용하거나 하는 것들은 윈도우8에서는 불가능했다.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는 타이틀은 단순히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거나 영상을 보면서 채팅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고, 이는 콘텐츠 소비와 콘텐츠 생산을 구분하는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된다.

윈도 10의 경우도 이제 바탕화면에서 일반 앱을 구동시켜 한쪽 화면으로 드래그하면 자동적으로 다른 화면에 구동시킬 앱들을 선택하는 화면을 제시하는 등 윈도 8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 사용은 해보지 못했으나 엘카피텐이나 OS9 시연을 보면 뭔가 더욱 진화된 진입방법들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구조가 복잡한 IT디바이스라 해도, 버스에 타면서 버스카드를 대듯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T를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러운지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보편적인 인류에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을 가르치려 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잘 만든 것이니 잘 배워서 써보라는 자세 때문에 인더스트리에는 수 억을 주고 사도 한두 가지 기능도 제대로 사용 못하는 솔루션들이 넘쳐 나는 것이다.


마치 태초부터 거기에 있었던 듯, 구름이 흘러가듯, 가을이 오듯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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