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가끔 그런 적이 있다. 너무 생생한 꿈을 꾸게 되는 경우 말이다.
얼마 전 그런 꿈을 꾸었다. 기승전결이 명확한 것은 물론이고 클라이맥스와 반전까지 모두 갖추어 마치 영화 같았다. 이건 진심으로 세상에 없던 이야기야. 나는 그 안에서 이미 현실이 아님을 인지하며 '아, 이 스토리 대박인데?' 했었다. 꿈은 대부분 눈 비비고 일어나면 희미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침 머리맡에 스마트폰이 있어 몽롱한 상태에서 바로 기록을 할 수 있었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대충 전체 이야기를 메모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만지고, 가방에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그리고, 그날 그렇게 대단한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아주 까맣게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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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가 지난 주말 아침, 빈둥거리며 스마트폰의 메모를 정리하다가 그 메모를 만나보게 되었다. 기록할 때는 엄청난 스토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유치하기까지 했다.
음악을 듣고 그 코드를 맞추는 시험? 게임?
제대로 못 맞추면 벌을 받음. 친구와 그 시험을 보고 있다.
나는 무사히 코드를 찾아 연주했지만, 친구는 그러지 못함.
친한 친구여서 도와주고 싶어 친구의 문제를 들으려 함.
그 문제를 내고, 벌을 주는 사람은 친구의 아버지(반전)
친구는 결국 못 맞춰서 벌을 받아야 함. 다시 한번의 기회.
친구의 문제를 듣고 도와주려는데 친구 아버지에게 들킴.
친구 아버지는 애초에 나도 틀렸다고 이야기함(반전)
그리고는 악기를 빼앗아 가더니 자기가 우리 둘의 문제를
모두 연주해서 둘 다 패스하게 함.(반전)
그리고, 자신은 벌을 받음. 우리는 오열(감동)
....
수면 중에는 저런 거지 같은 내용이 멋지다고 느껴질 만큼 인지능력 혹은 판단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메모 능력 자체가 부족한 건지 궁금해져 버렸다는 이야기. 엔간히 거지 같아야 참아주지 저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