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 대한항공편

기내 영화 감상

by Aprilamb

2012년 싱가포르 항공이 18시간이 넘게 걸리던 싱가포르-뉴욕 노선 운항을 중지한 이후, 호주 콴타스 항공의 시드니-달라스 노선이 편도 15시간 30분(13,790 킬로미터)으로 현재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노선입니다. 그러고 보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14시간이 걸리는 비행은 결코 짧은 노선은 아니죠.

주말 아침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는 가끔 정말 눈 깜짝할 정도로 빨리 지나가긴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고 다시 게임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고 해도 시계를 보면 고작 서너 시간이 지나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뉴욕에 갈 때에는 정말 한잠도 못 잤기 때문에 기내에서 제공하는 영화 서비스를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서너 번은 넘겼던 것 같네요.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골라 감상했던 영화들을 기록해보자면,


1. 퍼시픽 림:업라이징 / 스티븐 S. 드나이트(★☆☆☆☆)

전편에서 예거가 항공모함을 질질 끌고 가서는 카이주의 옆구리를 내리 까는 모습이 인상적이긴 했는데, 사실 예거들이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이라 사람 캐릭터들이 존재감이 없는 건 사실이죠.

이번에는 우주선을 예거 등짝에 메다꽂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장 처음 플레이시켰는데, 초반에 제이크의 중2병 환자 같은 모습에 짜증이 나서 이십 분 만에 종료해 버리고 말았네요. 다시는 안 보려고요.


2. 아논 / 앤드루 니콜(★★☆☆☆)

사람들이 보고 듣는 것이 모두 디지털 레코딩이 되고, 각 사람의 이런 정보들이 '심안'을 통해 조회 가능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기억보다는 레코딩된 기록에 의존하게 되고, 기록된 범죄사실이나 숨기고 싶은 행위들을 해커들을 통해 조작하려 하죠. 소재는 나름 나쁘지 않지만, 개연성도 조금 떨어지고 시나리오가 허술한 부분이 많아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하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예뻐서 다 용서가 됩니다.


3. 커뮤터(The comutter) / 자움 콜렛 세라(★★★☆☆)

리암 니슨표 액션 영화는 마치 각기 제목이 다른 시리즈물 - 미션 임파서블 같은 - 을 보는 듯한 느낌이죠. 테이큰, 논스톱, 커뮤터... 스토리가 같은 것도 아닌데 참 희한하네요. 어쨌든 재미는 있습니다. 다 보고 나면 바로 잊어버리지만... 덤으로 베이츠 모텔에서 열연을 보여줬던 베라 파미가의 카리스마 넘치고 우아한 모습도 만나볼 수 있어요.


4. 그것만이 내 세상 / 최성현(★★★★☆)

흔한 음악 성장영화로 사실 피아노 신동이자 자폐증 환자인 동생 진태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병헌의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형(조하)과 동생(진태)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스토리는 뻔한 신파적 구성이지만 디테일한 연기가 장면 장면 이어지며 관객을 영화 끝까지 몰고 간다고 할까요? 관객이나 평론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본 네 개의 영화 중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끝나는 장면에서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는데 그거 좀 짜릿하던데요? 마치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등 뒤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죠.


... 그냥 그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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