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웰메이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아이유?

by Aprilamb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천했던 '나의 아저씨'를 저는 꽤 오랫동안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되었던 첫 화가 너무 우울하고 어두웠기 때문인데, 그런 작품들은 보는 동안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니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얻는 게 없어도 '사생결단 로맨스'처럼 생각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편했죠. 현실도 신경 써야 할 것 투성인데,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고리대금업자에게 복부를 차이는 걸 보면서 '내상이라도 입었으면 어쩌지?'하며 가슴 졸일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16부까지 꾸역꾸역 모두 보게 되었고, 오랜만에 인생 드라마에 한편을 추가할 수 있었네요.


나의 아저씨

어쨌든, 이 정도의 웰메이드 드라마라면 주절주절 섣부른 평가보다는 권하는 말 한 줄만을 남기고 싶어 지는데요. 그것만이면 너무 짧으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명대사나 명장면이 꽤 많았던 드라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단연 박동훈이 사채업자 사무실로 찾아가 건물의 비상계단에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박동훈이 사채업자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지안은 도청기로 박동훈과 사채업자의 대화를 들으며 대부업체 사무실로 뛰어가죠.


동훈: 왜 애를 패 새끼야. 불쌍한 애를 왜!

광일: 그년이 우리 아버지를 죽였으니까. 그년이 죽였어 우리 아버지를. 그년이 죽였다고!


어렸을 때 할머니를 때리는 사채업자를 죽이게 된 후 이지안은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평범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녀를 보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살인을 저질렀던 그녀에게도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죠. 조금 친해졌다 하더라도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면 이내 수군거리고 멀어지는 사람들. 하지만, 지안은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


그렇게 그녀는 그 원죄를 작은 몸으로 감당하며,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처럼 지내왔죠.


사채업자 사무실로 뛰어가면서 광일이 동훈에게 그녀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자 지안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을 겁니다. 또 반복될 멸시와 경멸. 그리고, 다시 견뎌야 하는 혼자되기. 하지만, 동훈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동훈: 나 같아도 죽여. 내식구 패는 새끼들은 다 죽여!


지안은 그 말을 듣고 뛰어가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맙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두려워하거나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이해해주고 편을 들어주는 동훈. 자신조차 자신의 편을 들 수 없었던 그녀는 그 한마디로 평생 짊어지고 가야 했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게 됩니다. 아마 그 사건 이후 처음 느껴보는 힐링의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너는 위험한 살인자가 아니야. 나라도 그랬을 거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


어둡고 우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끝으로 달려갈수록 마음이 따뜻해졌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 보면서 '사람은 왜 살아가는 걸까?' 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 겁니다. 시간이 없더라도 꼭 보시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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