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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Sep 17. 2018

근황 수집 (Catch Up)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개인적으로 단체모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미국에 있을 때는 - 샌프란시스코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 모임을 하게 되면 여럿이 함께 모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모임 중간에 멤버들이


'어, 샘 나 지금 한잔 하고 있어! 너도 이리로 와. 2102 San Francico St.'


이러면서 또 다른 친구들을 계속 불러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아는 사람들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버렸다. 어쨌든, 그렇게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아는 사람이던 모르는 사람이던 늘 'Catch up'부터 시작이다.

아주 친한 사람들도 아닌데 - 사실 나는 친해도 잘 안 한다 - '어제 세면대에서 개미가 나왔다.', '그저께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근 백수가 되었다.'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별로지만, 전달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바람에 다시 처음부터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도 짜증 났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런 모임에서는 주변 모든 사람들의 근황을 수집하지 않으면 귀를 잘리게 되거나 하는 규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정말 미친 듯이 옮겨 다니면서 '요즘 어때?' 하고 다녔다.


물론 조금 친해지고 공통 관심거리를 찾게 되면 나름 즐거운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럴 사이도 없이 - 마치 볼륨 사교댄스 중  파트너를 갈아치우듯 - 정신없이 참석자들 사이를 미끄러져 다니다 보면 금방 밤이 되어버리니까.

정말 그랬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진심 늘 태어나서 가장 피곤하다고 생각했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아마 오늘보다 내일이 더.' 이러면서.


다행히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그런 고생거리가 아예 내 인생에서 사라져 버려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가끔 금요일에 일찍 집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보면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립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참 거지 같았어. 암 그렇고 말고!'


하며 몸서리를 한번 치고는 다시 텔레비전에 집중하는 것이다.


...


누가 뭐래도 근황 수집이라면 역시 페이스북 흘낏, 인스타 살짝이 최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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