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콜래트럴(2004)’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10년도 더 된 톰 크루즈 주연의 ‘콜래트럴’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뒤의 20분 정도를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야기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닌데, 그래도 좀 기록해두고 싶은 잔향이 있는 희한한 영화였어요.
영화의 도입부는 택시 운전사인 맥스(제이미 폭스)가 애니 패럴(제이다 핀켓 스미스)이라는 검사를 태우는 것으로 시작해요. 경유지 선정에 대한 논쟁을 시작으로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생각보다 긴 테이크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생각 대신, 느긋하게 그들의 일상 이야기와 스크린 속의 고즈넉한 LA의 밤 풍경을 즐기게 됩니다. 아마 타이틀 롤이 없어서 더 실제 생활을 엿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중후반이 되면 맥스는 다른 손님인 빈센트(톰 크루즈)에 의해 무시무시한 살인 청부 현장에 끌려다니게 되지만, 여전히 그 쓸쓸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마치 추석 선물세트의 분홍색 보자기처럼 계속 영화 전체를 휘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영화를 벗어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문득 생각나서 이런 글을 쓰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니까요?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액션물인데도 불구하고 힐링물을 본 느낌을 받게 되었다고 할까. 물론 톰 크루즈는 모잠비크 드릴 - 몸통에 두 방, 머리에 한 방을 갈기는 실전용 사격술 - 을 써가며 미친 듯이 사람을 죽여대긴 합니다만.
그 외에 또 생각나는 건 냉소적이고 솔직한 미국식 대화 하나. 살인 청부업자 빈센트는 택시 뒷좌석에서 맥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내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지.
…
농담이야. 아버지는 간 질환으로 돌아가셨다고.
I’m sorry. (이런, 안됐네)
No. you’re not. (나 때문에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위로하고 싶을 리가?)
그리고,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했던 말 하나 더.
대부분의 사람은 10년 후에도 똑같은 직장, 집에 똑같은 일상일 거야. 같은 루틴, 반복된 삶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 10년 후에도 말이지. 넌 10분 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자 이제 나머지 20분을 마저 보러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