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그 곡

핫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일반화된 큐레이션의 산출물인 베스트셀러나 인기가요 100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개인화되었다고 하는 알고리즘에 의한 유튜브의 큐레이션도 짜증 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수의 법칙이라는 건 꽤 쓸모가 있는 수학적 정리이긴 하지만, 문화면에 적용이 되는 순간 개인의 취향을 사포질하고 다수의 개성을 획일화시켜 버리고 마니까요.

서점을 들어서자마자 볼 수밖에 없는 베스트셀러 전시 책장이나 인터넷 서점의 올해 총결산 어워드 북 쿠폰 증정 배너를 보면 왠지 갑갑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는데, 이런 몰개성 주입식 콘텐츠 보여주기가 마케팅과 결합되면 그 거부감이 배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음반 구입 자체가 힘들어지고 스트리밍을 통해 싱글이 릴리즈 되고 있는 음악 쪽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홈은 늘 아이돌 신보 속 곡들이 - 물론 좋은 곡도 많습니다만 - 1위부터 10위까지 죽 늘어선 실시간 차트니까.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다 나와 비슷한 곡들을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나요?

기술의 발달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는 것 만으로 세상 끝의 정보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아이러니칼 하게도 그 기술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찾는 데보다는 에이전시에서 일반화된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귀찮은 것이 싫은 절대다수들은 음반이나 책을 구매하기 위해 레코드점 혹은 서점을 가지 않게 되었고, 내 스마트폰으로 푸시되어 오는 프레임 된 정보만을 소비하게 되었죠. 문화는 다양하고 풍성해야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이 보장됩니다. 생산자가 줄어들면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소수인 창의적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업 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어야 우리는 더욱더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겠죠. 물론 그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제가 요즘 애용하는 서비스를 추천하기 위해서인데 - 물론 제가 만든 서비스는 아닙니다만 - 사고의 확장이나 경험의 확대를 방해하는 일반화된 큐레이션에 진절머리가 난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네요. 바로 멜론의 '방금 그 곡'이라는 메뉴가 그것인데, 이 메뉴에서는 지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이나 TV 방송프로에서 BGM으로 사용한 음악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들어 볼 수가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프로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선택했을 클래식, 80년대 음악, 록음악, 뉴에이지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주옥같은 곡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저는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 한 시간이 훅 가버리더라고요. 방송에서 자주 선곡된 Top50 같은 건 너무 갔다 싶지만...

오늘 아침에도 이 메뉴를 뒤적뒤적하다가 Daniel Boone의 Beautiful Sunday라는 곡을 듣고는, '앗. 이곡 제목이 Beautiful Sunday였구나'하면서 감동했거든요.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슥슥 글을 남겨봅니다.

소수 창작자들과 소비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