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May 11. 2019

블루보틀과 한가한 주말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아침에 창밖을 보니 날씨가 좋았다. 이런 날은 오후가 되기 전에 한강공원이 사람으로 가득 찰 거다. 자전거 도로에까지 돗자리가 깔리기 전에 한 바퀴 돌고 올 심산으로 바로 자전거를 끌고 한강으로 나갔다.


적당히 따뜻한 햇빛,

적당히 기분 좋은 바람,

참아줄 만한 미세먼지.

그리고,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자전거.


이런 때는 James Bay의 'Fade Out'이 딱 어울린다. 무한반복 모드로 들으며 한남대교 근처까지 한 번에 내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가던 길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는 라이딩이 고행길 저장작업 같아서 재미가 없어졌다. 요리를 하기 위해 재료와 장비를 꺼내다가 치우는 게 귀찮아 그만둘 때 같은 기분이랄까. 시큰둥해져서 근처 벤치에 잠깐 앉아 목을 축이고는 다시 자전거를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한강변에서 서울숲으로 빠지는 지하통로가 있다. 그 길을 통해 공원 바깥으로 나와 조금 더 올라가니 뚝섬역 사거리에 블루보틀이 보인다. 대충 이 근처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길은 늘 생각지도 않았던 양 끝을 연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늘 길을 헤매다가 블루보틀을 만났었다. 패트리시아 공원 Patricia's Green 근처를 뱅글뱅글 돌다가 발견했던 블루보틀은 아예 앉는 자리가 없이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다. 그 매장 앞의 정원 돌담에 앉아 달달한 뉴올리언스를 마시며 구글 지도를 열심히 검색했었다.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그 주변에서 질소 아이스크림 따위를 사 먹으며 돌아다녔지만, 결국 구경하려던 중고 레코드점은 찾지 못했었다. 마켓 스트리트 근처를 헤매다가 발견했던 블루보틀은 그나마 번듯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진열되어 있는 굿즈가 귀여워서 이것저것 잔뜩 집어왔었다. 이 정도면 혹시 블루보틀은 사람들이 길을 많이 헤매는 곳을 찾아 매장을 내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성수동의 블루보틀은 처음 생겼을 때와는 달리 웨이팅 라인이 많이 짧아졌다. 어떤 여자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줄을 서 있는데, 왠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묘한 광경이었다. 하긴 줄 서는 것이 취미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취미를 가진 분들은 주말에 성수동을 방문하길 권하고 싶다. 한 블록에 서너 매장은 줄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취향대로 골라 설 수도 있다.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여기저기 골목을 찔러 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졌는데, 마침 골목 안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페가 보였다.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한 후 랩탑으로 자주 가는 게시판을 훑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주말이니 연애하고 싶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이 보였다. 기운을 주고 싶어서 '월요일 금방 와요'라는 댓글을 달아 주고 있는데, 커피가 준비되었다는 벨이 울린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릉이 떼의 공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