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May 05. 2019

따릉이 떼의 공격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생각해보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를 사용해온지 벌써 일 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따릉이 사용기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용기간을 셈해 보게 된 데에는 - 대단한 건 아니지만 - 나름 이유가 있다.


떼로 하나의 따릉이에 직렬연결 되어있는 따릉이들


바로 오늘 저녁 역 앞의 따릉이 스테이션에서 위와 같은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인데, 이전에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이런 광경이 대체 왜 발생한 것일까?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선 따릉이의 반납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공공 자전거 서비스들은 대부분 하나의 도킹 스테이션에 한 대의 자전거만을 거치할 수 있지만, 따릉이는 도킹 스테이션이 꽉 차 있어도 추가 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사용자는 독에 거치되어있는 자전거에 반납할 자전거의 거치용 선을 직렬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거치할 자리가 없어 엉덩이가 저릿저릿한 상태로 주변의 스테이션을 쥐 잡듯 뒤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탁 쳤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처음 봤을 때 꽤 감동하고 말았는데, 뉴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친구의 제안으로 센트럴 파크 근처에서 시티 바이크(뉴욕의 공공 자전거 서비스)를 빌려 호텔이 있는 저지시티까지 - 허드슨 강까지 건넜음 - 이동했었는데, 호텔 앞의 도킹 스테이션이 꽉 차서 근처의 빈 스테이션을 찾아 밤 열두 시가 넘어서까지 돌아다녔다. 피곤하고, 졸리고, 엉덩이는 참을 수 없이 아팠지만, 빈 스테이션을 찾을 때 까지는 자전거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어쨌든 따릉이라면 그런 상황을 벌어지지 않는다.


이제 사진을 설명해보면 이렇다

위의 자전거는 모두 도킹 스테이션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대신 가장 왼쪽의 스테이션에 거치되어 있는 자전거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스물여섯 대의 자전거가 하나의 스테이션에 직렬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만약 저 자전거들이 건전지라면 맨 앞과 뒤의 자전거에 연결되어 있는 꼬마전구는 바로 폭발이다.

대체 왜 저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걸까? 다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장소에 반납을 한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이런 경우는 지난 일 년 반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인과적 귀납 추론으로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정언 삼단논법으로 살펴볼까 하는데, 우선 비논리적인 가정을 제외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했던 때의 외적 환경부터 정리해보자.

휴일(어린이 날)이었고, 미세먼지는 나쁨, 반납 상황 목격 시간은 오후 일곱 시경, 도킹 스테이션이 있던 장소는 강변역 앞.


가정 1: 어린이날을 위한 가족 하이킹?

가족 하이킹이라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고, 그랬다면 이미 출발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한 스테이션의 최초 거치 자전거 수는 15대 미만)


가정 2: 시골에서 단체로 서울 여행 후 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해 귀가?

단체 여행이라면 위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 3: 따릉이 동호회의 라이딩 회동 후 강변역에서 회식?

.....
...

더 이상 생각하기 귀찮으니 그냥 그것이겠거니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강변역 근처에 스물여섯 명이 회식할 만한 장소가 있었나?


...


.... 알게 뭐람.


 

매거진의 이전글 중고장터와 낮잠 자는 바다표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