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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과 토이스토리

픽사는 사랑

by Aprilamb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잖아. 심지어는 잠에서 깬 것도 뭔가를 한 것 같아서 억울해 죽겠는... 그럴 때 나는 팔만 살짝 움직여 닿는 거리에 리모컨이 있는지만 딱 확인해. 한두 번 휘적거렸는데 리모컨이 잡히지 않으면? 뭘 물어봐. 그냥 이불을 정수리까지 끌어올리고는 다시 잠을 청하는 거지. 그런데, 오늘은 다행히 리모컨이 잡혔어. 리넨 셔츠의 스냅 단추가 물리듯, 자석 충전 단자가 랩탑에 달라붙듯. 딸깍.


할 수 있는 한 가장 가늘게 눈을 뜨고 넷플릭스 메인화면에 큐레이팅 되고 있는 컨텐트들을 시력 검사하듯 보고 있는데, 토이스토리 3가 눈에 들어왔어. 지능적인데? 지금 토이스토리 4가 상영 중이잖아. 토이스토리 3가 개봉된지는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니 봤던 사람들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겠지? 나도 본지 꽤 오래되어서 엔딩이 좋았다는 정도 말고는 기억이 나질 않으니 말이야. 나는 무심코 플레이 버튼을 눌렀어.


...


'아 그래. 맞아 이거야!'


장면들과 함께 새록새록 심연 속에서 고개를 드는 기억들. '여차하면 금방 잠들어 버리고 말 테다' 하면서 별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한 시간이 넘도록 집중하며 보게 되더라고. 그렇게 애니메이션은 숨 막히는 배신을 지나 극적인 구출 장면을 건너 천천히 엔딩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마무리 장면에서까지 '맞다. 이랬지.' 하며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하던 나는 왜인지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어.


'그래. 맞아. 이전에도 보면서 정말 최고의 엔딩이라고 생각했었다니까.'


그러고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겠나 싶던 마음을 뒤로하고 조금 토이스토리 4를 기대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토이스토리 4를 보고 난 지금.

정말 픽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요.

3에 버금가는 명작, 토이스토리 4에 대해서 한마디만 하자면!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알면서도 '보 핍'을 보며 설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걸요?


꼭 보세요. 토이스토리 팬이라면,

꼭 보세요. 토이스토리 팬이 아니라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하시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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